사진=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최혁 기자
사진=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최혁 기자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호봉급제 등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기 떄문이다.

산업계에서는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 지원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인사 노무 분야 담당자(응답 121개사)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년연장 시 경영 부담 정도에 대해 응답자 67.8%는 ‘부담된다’고 답했으며 이에 반해 ‘부담 안 됨’은 32.2%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의 순으로 답했다.

실제 기업 10곳 중 6곳(60.3%)은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고령자 고용 확대 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노사정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내년 1·4분기까지 계속 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떠한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 10곳 중 7곳(71.9%)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71.9%)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정년 연장(24.8%) ▲정년 폐지(3.3%) 순으로 응답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숙련된 고령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노무관리 상 어려움으로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꼽았다.

고령자 계속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사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지원 확대와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세제 혜택,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 등의 응답이 나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 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