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전사업 재개 15년만…미 웨스팅하우스와 컨소로 ESC 체결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원전을 수주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을 재개하게 됐다.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 위치한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 Kozloduy NPP-New Builds)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설계 계약(ESC, Engineering Services Contract)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미국 원전 전문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이날 계약 서명식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 페툐 이바노프 불가리아 원자력공사 사장, 엘리아스 기디언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윤영준 사장은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총리,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장관과 면담을 통해 상호 협력을 다졌다.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총리는 윤 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현대건설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기쁘다”며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한 바 있다. 이후 윤영준 사장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 및 제1, 2당 총재 등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현지 원전·건설업계를 대상으로 ‘현대건설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 활동을 이어왔다.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코즐로두이 원전은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1974년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래 노후화된 1~4호기는 폐쇄됐고,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인 5·6호기가 가동 중이다.
이번에 건설할 7·8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이다. 올해 1단계 설계에 착수해 2단계인 EPC(설계·조달·시공)의 본계약은 내년 말께 체결할 예정이다. 준공은 2035년 가능할 전망이다.
1단계에서 현대건설은 BOP(Balance of Plant,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지원 구성요소 및 보조 시스템) 및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한다. 공사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현대건설은 원전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설계를 완수하는 한편 조달, 시공 등 EPC 전반을 아우르는 영역에서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역량을 발휘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오후 현대건설은 소피아 오브차 쿠펠에서 ‘현대건설 불가리아 오피스 개소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불가리아 오피스는 소피아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거점으로 마련됐다.
윤영준 사장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에너지부 장관 등 불가리아 정부 인사 및 발주처,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종합건설기업 GBS와 현장 가설 인프라 설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수행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한민국 원전의 반세기를 이끌어온 현대건설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원전 지원 정책과 현대건설의 독보적인 원전 사업 역량을 토대로 코즐로두이 대형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함으로써 불가리아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전역에 현대건설의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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