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회복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재난 대응 체계 수립과 신속한 소통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사진=EPA·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사진=EPA·연합뉴스
11월 3일(현지 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에서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현장을 찾은 펠리페 6세 국왕은 예상치 못한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주민들은 국왕에게 진흙과 오물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고 일부는 ‘살인자’라고 부르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경호원들이 국왕을 보호하려 했지만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이 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이유는 재난 경보 발령과 재난 문자 송신의 지연, 복구 작업의 미흡함 때문이었다.

펠리페 6세는 2014년 즉위 이후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부정적 유산을 지우기 위해 투명성과 윤리 강화를 추구했다. 후안 카를로스의 사치와 비리 스캔들로 인해 왕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펠리페 6세는 왕실 재정을 공개하고 왕실 구성원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여동생 크리스티나 공주가 탈세 혐의로 기소됐을 때 왕실의 보호를 배제함으로써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하는 국왕의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상징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번 수해 피해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더욱 절실해진 펠리페 6세를 이미지 브랜딩 측면에서 분석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11월 3일(현지 시간)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생존자들이 던진 진흙이 날아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11월 3일(현지 시간)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생존자들이 던진 진흙이 날아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ppearance
재난 현장부터 군복까지…다면적 리더십 패션


이번 자연재해 현장 방문 당시 펠리페 6세는 검정 계열의 실용적인 재킷과 카키색 바지를 입었다. 이는 격식을 차리지 않은 모습으로 진흙이 많은 환경에서도 신발과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현장을 찾은 모습에서 왕으로서의 겸손함과 친근함을 드러낸다.

국민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며 그가 환경을 존중하고 재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군사 훈련장을 방문했을 때는 카키색과 회색 톤의 군복을 착용해 군대의 최고지휘관으로서 권위와 강인함을 전달하며, 국가 안보와 군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궁정에서 군 장교 임명식을 할 때는 네이비 컬러의 정복과 붉은 벨트를 착용해 품위와 위엄을 나타냈다.

실내 행사와 학술적 행사에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디자인 선택을 통해 왕이 학문과 지식 발전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펠리페 6세는 상황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을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고, 친근하고 권위 있으며, 지적인 모습을 때때로 보여주며 다면적인 리더의 면모를 부각한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Behavior
형식보다 공감, 진정한 위로를 주는 몸짓


펠리페 6세는 이번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만날 때 그들과 신체적으로 가깝게 접촉하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왕으로서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인간적인 공감과 위로의 태도를 우선시하며 국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진정성을 나타낸다.

피해 주민들과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며 손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지그시 감싸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위로의 말보다 깊은 관심과 위로를 전달하는 강한 제스처로, 상대방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공식적이지 않고 매우 개인적이어서 왕과 국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효과적이다.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그의 모습은 상대방의 말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신뢰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펠리페 6세의 이러한 제스처와 태도는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형식적인 수해 현장 방문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Communication
비난에도 공감 리더십과 위로 메시지로 진심 전달


파이포르타 수해 피해 생존자들이 던진 진흙을 맞고 주민들로부터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라’는 소리를 들었던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며 위로했다.

그는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에도 능통해 국제사회에서도 다양한 국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그의 연설은 공감을 강조하며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는 태도로 국민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팬데믹 중에는 국민에게 위로와 연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팬데믹 초기 국민에게 보낸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모두 이 위기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이 혼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러한 감성적 소통은 국민이 국왕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됐고 펠리페 6세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펠리페 6세가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대홍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과 신속한 소통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재난에 대한 준비와 대응 능력을 강화해 국민이 필요할 때 왕실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왕실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얻기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왕실의 재정과 활동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개혁적인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펠리페 6세는 국민에게 더욱 존경받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펠리페 6세가 아버지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고 국민과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를 이미지 브랜딩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번 대홍수와 같은 재난 상황 속에서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애도하는 진심 어린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펠리페 6세의 노력으로 스페인 국민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고 왕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