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힐더브란트 블랙록 부회장, UNGC 서밋 참여
전환은 긴 호흡...수십 년 걸릴 수 있어
금융과 정책이 함께 나아가야 진정한 전환 가능

“에너지 전환은 수십 년에 걸쳐 긴 호흡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환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UNGC)가 주최한 '2024 코리아 리더스 서밋'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UNGC는 ESG 용어 탄생 20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회원사들을 초대해 서밋을 열었다.

화상으로 연결된 이 부회장은 에너지 인프라의 긴 수명, 서로 다른 정책목표 등 다양한 이유로 전환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지체되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논의와 국가 정책, 민간 부문의 대응 전략에서 '에너지 실용주의'가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다양한 섹터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불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며, 수십년에 걸쳐 지속될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블랙록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와 국가안보, 산업전략, 탈탄소화가 연계된 곳은 에너지 전환이 빨리 일어나는데, 정부 규제를 적극 도입한 유럽이나 재생에너지 잉여생산이 발생하는 중국 등이 대표적인 예”라며 “그러나 신기술이 빠르게 개발됨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정치, 경제 등의 사회변화가 전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블랙록 투자 연구소의 전환 시나리오(BIITS)에 따르면 금세기 중반까지 탄화수소가 여전히 에너지 믹스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탄소 포집 및 저장(CCUS)가 탄소 배출을 완화할 것이라고 보았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시장은 밝을 것으로 봤다.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전체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신규 자본투자액이 연간 2조달러인데, 2020년 50%였던 저탄소 투자 비율이 2030년대 중반이 되면 80%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환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기회 중 하나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의 확산을 꼽았다. 이 같은 전력 수요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및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공모시장에서의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저탄소 기술이다. 탈탄소화와 관련된 기술이 그와 연결돼 있는데 특히 에너지저장, 지열, 재생가능한 천연가스 등 다양한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신흥시장의 저탄소 전환 기회를 강조했다. 신흥시장의 저탄소 전환 프로젝트에는 민간자본과 함께 공공자금이 혼합금융 형태로 투입된다. 블랙록은 기후금융파트너십(CFP)과 함께 신흥시장의 기후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2023년 태국의 재생에너지 운영 및 개발업체와 말레이시아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투자했으며, 인텔의 자회사 알테라와 함께 블랙록이 관리하는 혼합금융 전략에서의 촉매자본 투입과 공동투자를 포함한 기후 전환 프로젝트에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다.

힐더브란트 부회장은 “블랙록은 태양광, 풍력, 친환경 수소 및 배터리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올해 보험개발포럼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신흥경제국의 회복탄력성 있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신용기관과 함께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초기 단계에 있고, 블랙록은 고객을 위해 기회와 명확함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넷제로, 또는 기타 관련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전환 및 넷제로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면서도 “금융 부분만으로는 전환을 이끌 수 없고 모든 시장경제가 탄소중립 과정을 주도한다는 사실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이 같이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금융 부문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