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임박한 둔촌주공
1금융권서 국민은행만 잔금대출 시작
수요 몰리자 2금융권 대출 한도 빠르게 소진
전세대출은 하나은행만 취급
집주인 현금부자면 농협은행도 전세대출 가능
전세대출은 사실상 막혔다. 이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면서 수분양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세입자가 받는 대출은 소유권 이전 조건 등이 붙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에 속한다. 신규 분양주택은 소유권이 시공사에서 집주인으로 바뀌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전세금을 받아 집을 사는 ‘갭투자’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은행권이 판매를 꺼리고 있다.
입주 임박한 1.2만 가구의 둔촌주공
①은행권 잔금대출 참여하나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11월 27일 시작된다. 앞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공사비 분쟁으로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타결되며 입주예정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제때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집주인이 등기를 할 수 없어 대출이나 소유권 이전 등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고 임시사용승인을 받더라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준공승인은 11월 26일(예정일)이다.
잔금대출은 신규 주택 분양자들이 금융회사에서 집단으로 받는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일반적으로 수분양자는 주택을 분양받은 이후 수차례에 걸쳐 갚아온 중도금대출을 마지막에 잔금대출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분양대금을 치르고 입주한다.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수분양자가 입주하는 과정에 잔금대출이 필요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잔금대출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의지가 강력한 탓도 있었다. 은행권이 대출을 쉽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대출 규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또 특정 단지에만 대출을 내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단지 잔금대출은 리스크가 적고 수익이 좋아 은행 입장에선 놓치기 아깝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관련 대출 총액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승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1금융권에선 국민은행이 먼저 나섰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잔금대출 접수를 시작했다. 차주별 대출 한도는 정부 규제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 70% 범위 내에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적용한다. 집값의 70% 이내에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 이하인 수준에서만 대출을 내주겠다는 얘기다.
다만 대출 한도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수요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3000억원 한도로 잔금대출을 취급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가가 12억~13억원대(전용면적 84㎡)로 20%의 잔금과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최소 3억원 금액이 입주 시 필요하다. 차주 1인당 대출액이 평균 3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만2032가구 중 최대 1000가구만 국민은행에서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검토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참여한다면 국민은행처럼 총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잔금대출을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②2금융권도 막힐 수도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들은 잔금대출을 받기 위해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참여하는 시중은행도 없다시피한 상황이지만 우선 1금융권보다 금리가 낮다. 국민은행은 최저 연 4.8%를 제시했다. 반면 광주의 한 지역단위 농협이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대한 잔금대출 금리를 연 4.2%(변동금리)로 제시했다. 국민은행이 0.6%포인트 이상 높다. 새마을금고도 최근 서울지역본부가 산하 단위 금고에 대출금리 하한선을 연 4.3%로 정해 통보했다.
다른 시중은행이 참여해도 잔금대출 금리는 대부분 연 4%대 후반~5%대 초반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5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는 연 4.757~6.48%다.
통상 상호금융들의 대출금리는 은행보다는 높은데 현장에서는 상호금융이 내놓은 금리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5년 고정형 대출만 판매하기로 했다. 2금융권은 변동형 대출을 취급한다. 금리가 하락한다면 대출하는 입장에서 변동형 대출이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2금융권 대출이 현재 이자도 낮고 금리인하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래 비용도 덜 나가는 것. 실제 2금융권에서 잔금대출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미 몇몇 상호금융은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고 입주예정자에게 공지했다.
③“전세대출은 안 됩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세대출이 사실상 막혔다. 11월 6일 기준 전세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하나은행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만 해도 10월 말까지만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11월부터 다시 취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단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번엔 중단 기한도 정하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집주인이 분양금을 100% 완납한 경우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이 현금 부자이거나 잔금대출에 성공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임차인이 직장 이전,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학교폭력, 이혼, 분양권 취득 등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 전세대출을 내준다. 비대면 대출 중단 러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민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아니다. 사실상 9월을 기점으로 담보나 신용이 충분해도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제는 은행권이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대출까지 막았다.
신한은행은 11월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쏠(SOL)뱅크’에서 비대면 대출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예금 등 수신담보대출과 상생대환대출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 상품이 대상이다. 종료일은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및 실수요자 공급을 위한 조치”라는 게 신한은행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11월 5일부터 12월 8일까지 비대면 주담대 상품과 전세대출 판매를 중단했고 IBK기업은행도 10월 29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9월 말(730조9671억원)보다 1조1141억원 증가했다. 8월(9조6259억원), 9월(5조6029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일찌감치 초과해 가계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21일까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계획 대비 150.3%로 집계됐다. 경영계획 8개월 환산치 대비로는 200%를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내년에는 리셋되는 개념이니까 (대출 규제는) 연말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하지만 당국의 스탠스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