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Q. LG 프로야구단 이름이 ‘트윈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LG를 상징하는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다. 트윈타워는 과거 ‘쌍둥이 빌딩’으로 불리며 63빌딩과 함께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LG트윈스도 쌍둥이 빌딩에서 이름을 따왔다. LG의 유산이 고스란히 담긴 트윈타워는 1987년 완공됐고 올해 37년 만에 리모델링을 마쳤다.

건물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는 연결’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려는 의도가 곳곳에 담겼다. 1. 선의 연결 : 격자무늬로 녹인 한국의 미
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LG트윈타워 내부는 모든 선이 맞닿은 격자무늬 형태다. LG트윈타워는 1980년대 초 최초 설계 시점부터 빛·투명성 등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연결을 중시하는 한국의 건축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다.

1980년대 들어 가전과 화학 사업을 확장하며 큰 성장세에 있던 LG그룹(당시 럭키금성그룹)은 고층 오피스타워 설계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SOM(Skidmore, Owings & Merrill)’에 그룹의 새 글로벌 본사 건물을 의뢰했다.

설계를 담당한 미국의 건축사무소 SOM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LG그룹의 본사 건물을 구상하며 한국적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녹여내고자 했다. 대표적인 예가 건물 중앙에 위치한 아트리움의 유리벽체와 바닥 타일, 조명 기구 등이다.

디자인 곳곳에 묻어나는 직선과 격자 형태의 ‘문창살’ 디자인은 마치 계단과 같은 형태로 마감된 LG트윈타워 건물 외관 디자인과도 연결된다. 1층 중앙 로비의 골조는 우물살 형태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조명은 청사초롱으로 디자인했고 LG트윈타워를 감싸고 있는 담장은 한국 전통 꽃담에서 따왔다. 전통 화계 문양은 동관 외부 ‘이스트가든’을 오르내리는 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LG는 11월 초부터 LG트윈타워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의 전통적 디자인 패턴과 이를 계승해 발전시킨 현재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특별전 ‘계승과 변화(Tradition & Transformation)’를 열고 있다.

이 특별전은 건물에 적용된 패턴들을 그래픽디자인 형태로 한눈에 보기 쉽게 소개하고 건물 내외부를 돌며 ‘숨은 그림 찾기’처럼 각 요소들을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책자를 제공한다. SOM이 LG트윈타워를 최초 설계할 당시의 설계도면과 손으로 그린 공간 디자인 드로잉 등 1980년대 사료도 함께 전시하여 재미를 더한다.
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LG트윈타워에서 반영된 아트리움 골조의 문창살과 우물살 패턴./LG
2. 시간의 연결 : 한국 건축계의 유산으로 LG트윈타워는 올해 4월 1년여에 걸쳐 로비, 구내식당 등 공용공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LG는 이번 리모델링 공사를 준비하며 SOM과 한 번 더 손잡았다.

공용공간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지만 골조, 층계, 벽면, 바닥 등 LG트윈타워 곳곳에는 한국적 디자인 유산이 그대로 살아 있다.

LG트윈타워 지하 1층 중심부 로비 한편에는 1987년 준공 당시 쓰였던 바닥 타일 일부를 그대로 보존해 새로운 바닥타일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트윈타워 외벽의 기둥과 정방형의 창들이 문창살과 닮았다./LG
트윈타워 외벽의 기둥과 정방형의 창들이 문창살과 닮았다./LG
3. 사람과 사람의 연결 트윈타워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인간 중심’이다. SOM은 트윈타워를 리모델링하면서 모두가 아는 전통적인 특징은 유지하되 직원들의 하루하루를 개선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

건물 리모델링에는 LG그룹 직원들이 참여했다. 비트윈’이라는 사원 협의체를 구성해 직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비트윈은 LG트윈타워 2개 동 사이를 연결하고 6500명의 임직원들과 공사 담당자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소통 방식 또한 바꿨다. LG트윈타워의 리모델링 스토리를 직원들에게 전달했고 게시판 댓글을 통해 개선 사항과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트윈타워 외벽을 둘러싼 청사초롱 조명./LG
트윈타워 외벽을 둘러싼 청사초롱 조명./LG
최민영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직원들이 건물 리모델링에 같이 참여하면서 만들어가고 바꿔가는 과정을 보면서 미래 건축의 목적은 디자인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건물 구성원이 함께 완성하는 거버넌스’에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