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 등장·학습된 ‘국장 탈출’·소프트파워 질주등
2025년 경제 관련 주요 키워드 5개 선정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 변화 예고
거시경제 흔들리고 미래 불확실성 커질 가능성↑
모건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에 나온 대목이다. 저자는 “예측은 헛소리이거나 이미 누구나 아는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연말이면 수많은 증권사와 연구소들이 새해 전망을 쏟아낸다. 예측이 의미 없다면 왜 이런 일을 할까. 교통사고와 같은 원리다. 사고가 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사고를 당하면 큰 부상을 입지만 사고가 날 것이라 예상하면 손잡이를 잡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
2024년을 장식하는 마지막 키워드는 ‘혼돈’과 ‘공포’다.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발작했다. 국채금리와 달러는 급등했고 금과 비트코인의 진폭도 커지고 있다.
통상 정책 변화에는 전 세계 기업과 국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 강력한 변화를 예고하는 파괴자의 등장으로 인한 혼돈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포의 이면도 포착된다. 거시경제가 흔들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각의 개인은 ‘나’를 지키는 힘을 키우려 애쓰고 있다. 2025년에도 이 흐름은 이질 전망이다. 키워드1. 파괴자의 등장 ‘불확실성’ 그 자체인 '트럼프'는 2025년을 좌우할 가장 강력한 키워드다.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다른 나라에는 ‘관세 폭탄’을 선포했고 자국 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1기 때와 기조는 같지만 속도와 강도는 더 세질 전망이다. 입법과 사법, 행정이 모두 보수 우위인 트럼프 2기에서는 관세 폭탄, 국경 강화, 대규모 감세 등 파격적인 공약을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의무화’와 ‘IRA’ 폐지는 줄곧 외쳤다.
IRA는 바이든 정부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막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트럼프는 IRA를 폐지하는 대신 석유·천연가스·석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방위산업 등 제조업 수출을 토대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우선주의가 격화할 조짐이 보이자 워싱턴은 하루아침에 한국 경제의 명줄을 쥔 도시가 됐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태양광 기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의회와 각 부처에서 조항 하나, 문장 한 줄이 추가될 때마다 기업의 수출 전략을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 자체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2025년에는 의회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후 첫 100일 동안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만 32건에 달한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무역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IRA와 관련해서는 의회로 넘어가면 스키니 리필(skinny repeal, 일부 폐기) 등이 가능하지만 첫해에 할 건 아닌 듯하다”며 면서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할 가능성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행정명령 차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IRA 폐기 여부는 당분간 차치하고 행정명령 가지고 조정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는 먹구름이 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췄다. 이 전망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른 리스크는 반영되지 않았다. 관세 인상이 빠르게 시행된다면 2025년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2. 학습된 ‘국장 탈출’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청구서’가 들이닥치고 있다. 트럼프 스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증시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11월 6일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리던 한국 증시는 13일 연저점을 새로 썼다. 이날 코스피 194개, 코스닥 425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국장 탈출’을 외치면서도 저점 매수에 미래를 걸던 개인투자자들마저 증시를 떠났고 외국인의 매도세도 이어졌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10.6원까지 튀어 올랐다.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부진하다. 지난 8월 5일 세계 증시가 동시에 폭락한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이후 주가 회복력은 G20(주요 20개국) 중 사실상 최하위다.
코스피는 폭락일 직전 증시개장일(8월 2일)부터 11월 8일까지 7.8% 하락해 러시아(-19.8%), 튀르키예(-17.2%)에 이어 세 번째로 낙폭이 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고 튀르키예가 심각한 인플레이션(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 48.6%)을 겪는 특수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사실상 꼴찌다.
기업의 근원 경쟁력이 떠받쳐준다 해도 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수출 둔화에 의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강달러와 비트코인·금 가격이 치솟는 것도 한국 증시에는 악재다. 미국 주식, 비트코인, 금 등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 투자처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달러 가격이 치솟으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화폐 가격은 하락한다. 원자재나 에너지 수입량이 많은 한국 등 주변국은 물가에 신음하고 금리도 실물경제도 진퇴양난에 빠진다.
암울한 지표 속에서도 내년 한국 증시에서 ‘바텀 피싱(저점 매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아직 고금리 압박으로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지만 내년 초 할인율 압박 이후 상반기 내 점차 해소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5년 코스피 예상 밴드를 2250~2850으로 책정했다. 주목할 종목으로는 K문화로 통칭하는 엔터, 바이오, 화장품, 음식료 등 업종을 제시했다. 키워드 3. 소프트파워의 나홀로 질주 트럼프 스톰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세계 1등’을 받아온 지표가 있다. 한국 문화의 힘 ‘소프트파워’다. 하드파워가 경제력, 군사력, 자원 등 강제력을 통한 권력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문화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이다.
그동안 글로벌 지표에서 소프트파워 최강자는 단연 미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IMF가 발표한 ‘소프트파워 측정 : 새 글로벌 인덱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소프트파워지수가 1.6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1.25), 독일(1.18), 중국(1.17) 등 순이었다. 미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이어 7위였다. 이 조사는 상업성, 문화, 디지털, 교육, 세계 영향력(global reach), 제도 등 6개 주요 항목을 29개 하위 지표로 수치화했다.
2021년 이후 K팝 스타들의 인기는 더 높아졌고 블랙핑크 소속 로제가 올해 발매한 곡 ‘아파트(APT.)’는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김밥, 불닭 등 K푸드 인기에 힘입어 1월부터 10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11조2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K컬처에 대한 외연도 확장됐다. 지난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 세계 서점가가 바쁘게 움직였다. 외신은 K컬처 열풍이 한국문학으로 확대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K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오스카에 이어 TV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가져갔다”며 “한국이 세계 문화 속 메이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그동안 한국 문화와 콘텐츠의 힘이 축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스닥에 상장된 외국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국어 학습자 수는 1770만 명으로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이용자를 기준으로 했다. 2년 전 조사 당시 한국어 학습자 수는 906만 명이었지만 올해 1770만 명으로 95% 성장했다. 영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급증하면서 교육 당국이 옥스퍼드대와 함께 그 이유를 연구하기로 했다.
한국어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원천이 된 한국문학의 서사와 구조가 ‘주류’ 반열에 올라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면서 내년에도 엔터, 화장품, 식품 업종에 대해서는 밝은 전망이 쏟아진다. 증권사들은 2025년 엔터 4사 합산 매출액 4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하고, 영업이익 6613억원으로 같은 기간 60.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K화장품, K푸드 업체의 실적이 여전히 견고한 만큼 주가 상승 여력도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키워드4. 60년대생의 퇴장 사회 중추 역할을 했던 이들의 은퇴 대란으로 내수 시장과 인구 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 된다.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다.
예측 인구만 무려 860만 명.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세대의 퇴장이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18%,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쏟아져 나오면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들은 간단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노후다. 1988년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전격 도입된 국민연금은 60년대생들이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게 될 ‘복지 1세대’로 통했지만 장기간 꾸준히 납부하지 못했다면 이마저도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기간 꾸준히 납부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실제 연금 수령 시 소득 대체율은 기대보다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중고령자들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월평균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약 268만원, 개인 기준으로는 165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은퇴 후 근로소득이 사라지면 이를 충당할 다른 소득원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60년대생의 은퇴를 단순히 사회적 재앙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차원적 시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60년대생이 기존의 고령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쓴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시기에 성장한 2차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에 비해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이들은 AI가 산업 전반에 침투하는 상황에서 IT 활용도가 높고 소득·자산여건이 양호하며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도 크다”고 60년대생을 정의한다.
그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경제성장률 하락폭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대라는 특징도 있다. 자산보유 규모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50~59세가 6억452만원으로 1위다. 이어 60세 이상이 5억4836만원으로 2위다. 하나금융연구소가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의 506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본인 중심의 자립적 노후를 지향했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너그럽고 자녀나 손주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했다. 응답자 중 63%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사, 취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발전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60년대생 중에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대격변을 겪으며 고용불안과 경기침체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이 적지 않다.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거나 벤처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가 버블 붕괴로 도산한 사례도 많다. 이들에게 은퇴는 단순한 인생 2막이 아닌 불확실한 미래다.
고령화와 복지 부담 역시 60년대생의 은퇴로 인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세대 간 경제적 불균형이나 청년층과의 일자리 경쟁이 사회적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연금과 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이 인상될 것이란 우려, 부양의 의무 등도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연장 논의는 첫발을 뗀 단계다. 정부가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정책적 과제로 삼은 일본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키워드 5. 성장축, 동북아에서 동남아로 ‘트럼프 스톰’에 비상이 걸린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엔저’ 탈출을 논하며 엔캐리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 청산으로 글로벌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던 일본 금융시장은 또다시 ‘슈퍼 엔저’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 후 달러 대비 엔화는 장중 한때 155.1엔까지 올랐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슈퍼 엔저’였던 160엔 고지를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저는 일본을 위한 정책이었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올리고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수입물가가 오르며 가계부담이 커졌고 달러로 표기되는 수출 기업의 실적은 좋아졌지만 일본의 고질적인 경제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본이 더디게 성장하면서 IMF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을 여유 있게 앞설 거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돈을 끊임없이 푸는 와중에도 경기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내년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 기준선을 ‘약 4%’로 제시했으며 2026년 전망치도 “상당폭 하향한다”고 밝혔다. 앞서 UBS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달 만에 0.5%포인트 내려 잡았다.
UBS는 미국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관세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국은 이런 대외 충격에 대비해 내년부터 후년까지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는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때려잡고 부동산과 사교육 규제에 나서면서 2021년 침체에 빠졌다. 이후 에버그란데(헝다) 사태와 제로 코로나 봉쇄를 거치며 중국 경제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동남아는 최근 빅테크의 수십조원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아마존·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AI 개발 기지로 점찍고 연구개발(R&D)과 데이터센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장성이 높고 규제는 완만한 영향이다.
구글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10억 달러(1조3800억원),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들여 데이터센터 등 클라우드·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는 구글의 네 번째 데이터센터를 완공해 투자액을 총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로 늘렸다.
MS 역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총 39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아마존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싱가포르 클라우드 인프라에 88억7000만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WS는 말레이시아에도 62억 달러(약 8조원)을 투자하고 2038년까지 매년 3500개 이상 정규직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제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역시 12월 태국 투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올해 태국이 유치한 투자 규모는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동남아 주요국은 AI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명 컨설팅업체 AT커니는 2030년쯤 AI가 동남아에서 9500억 달러(약 977조5215억원) 이상의 경제성장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세계적 석학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올해 초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디지털 고도화는 제3세계인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선진국 따라잡기’ 효과를 극대화할 기회가 된다”며 아세안을 최고 수혜국으로 꼽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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