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술 화두,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에도 ‘뒤처지면 죽는다’ 불안 커져

챗GPT 주도 생성형 AI 경쟁, 검색, 동영상으로 확장
가트너, 2025년 주요 키워드로 AI 비서 '에이전트 AI' 선정

[커버스토리: 2025 트렌드 - 파괴자, 혼돈, 그리고 나]
“뒤처지면 죽는다” 내년까지 AI 투자는 계속된다[파괴자, 혼돈, 그리고 나②]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줄이는 건 바라기 어렵다. 다른 국가는 미국 AI 기업 지분이라도 사야 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2025년을 전망하면서 낸 보고서의 내용이다. 2025년에도 기술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미국 빅테크는 과잉투자 우려에도 ‘뒤처지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내년까지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3분기 4대 빅테크(아마존·MS·메타·알파벳)의 CAPEX(자본적 지출)는 약 603억 달러(약 84조6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2%가량 증가했다. 이 수혜는 고스란히 AI 반도체 기업으로 이어진다. 검색·동영상 AI 본격화챗GPT가 주도하는 생성형 AI 경쟁도 이제 검색, 동영상 시장까지 확장됐다. 오픈AI는 구글이 지배하고 있는 검색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고 오픈AI가 먼저 공개한 영상 생성 AI 시장에는 메타가 뛰어들었다.

오픈AI는 지난 10월 31일 GPT서치를 출시했다. 챗GPT에 실시간 웹 검색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다. 기존 챗GPT는 AI가 미리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줬다면 GPT서치는 AI 모델이 미리 학습한 정보 외에 실시간 웹페이지 검색 결과를 취합한 정보를 제공한다.

웹 검색을 통해 자세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시간 정보가 업데이트되면서 기존 검색 플랫폼을 이용하든 뉴스, 스포츠 점수, 주식 시세, 날씨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포털에서 사라진 실시간 검색어도 볼 수 있다. 현재는 유료 가입자만 사용이 가능하다. 무료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몇 달 내에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검색엔진과의 차이는 대화형 질문이다. 기존 검색엔진은 단어를 검색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야 했다면 GPT서치는 단어는 물론 긴 문장과 대화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검색 결과를 표나 그래프로 만들어 정리해주기도 한다. ‘출처’ 버튼을 누르면 답변에 활용한 기사, 웹페이지, 동영상 등 콘텐츠 링크를 제공한다. 오픈AI는 GPT서치 출시를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 세계 주요 언론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보다 먼저 AI 검색 시장을 잡고 있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급등했다. ‘구글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AI 검색엔진 기업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는 연초 대비 17배 늘었다. WSJ는 퍼플렉시티가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2조4800억원)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SKT 등이 퍼플렉시티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퍼플렉시티를 매일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포털 플랫폼도 참전했다. 네이버는 2025년 상반기 검색 기능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다. 원천기술 개발과 ‘쓸모 있는 AI 서비스’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은 “생성형 AI는 획기적인 성능 향상이 어려운 상향 평준화 단계에 이르렀다”며 “네이버는 안정적으로 기술 고도화를 하면서 AI로 만들어낼 매출 대비 자본지출(CAPEX)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수익화가 가능한 AI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비용은 적게 쓰면서 기존 서비스에 AI를 녹여내겠다는 얘기다.

빅테크도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앞다퉈 AI 검색 서비스 개발 및 출시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AI 기반 검색엔진을 개발 중이며 구글도 5월 AI 검색 서비스 ‘오버뷰’를 출시한 후 서비스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빅테크가 일제히 검색 AI에 속도를 내면서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관심사다. 이미 챗GPT의 월간사용자 수가 구글 크롬의 추정 월간사용자 수를 넘어섰다는 지표가 있다.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은 “챗GPT의 월간 방문자 수는 10월 기준 약 37억 명”이라며 “이는 기존 브라우저 시장의 주요 플랫폼인 구글 크롬의 추정 월간사용자 수인 약 34억5000만 명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텍스트, 이미지에 이어 동영상 생성형 AI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지난 2월 오픈AI는 텍스트 몇 줄로 영화 같은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AI 모델 ‘소라(Sora)’를 공개했다. 오픈AI의 ‘텍스트 투 비디오(Text-to-video)’ 기능이 세상에 알려진 석 달 뒤 구글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4’에서 딥마인드가 개발한 동영상 AI ‘비오(VEO)’를 내놨고 메타는 최근 ‘무비젠(Movie Gen)’을 출시했다. 무비젠은 비디오 생성과 오디오 생성뿐만 아니라 편집까지 가능하다. 무비젠 영상 모델은 매개 변수 300억 개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기반으로 고품질의(1080p) 영상을 최대 16초 길이로 생성한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무비젠이 2025년 메타의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통합되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영상 AI 서비스의 관건은 비용과 생성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가트너가 꼽은 AI트렌드 검색·동영상 AI 본격화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5년 첫 번째 주요 기술 키워드로 AI 비서인 '에이전트 AI'를 꼽았다. 현재 AI 에이전트가 일상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있지만 2028년까지는 최소 15%를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관측한다.

“내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데 내일 아침 그와 일출을 보고 싶어. 나는 인근 퍼시픽하이츠에서 올거야. 네가 멋진 전망이 있는 곳을 찾아서 차량 운행 시간과 일출 시간을 점검해 도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여유를 두고 알려 줄래?”

비서가 아니라 AI에게 부탁한 내용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지난 10월 22일 AI 에이전트 '컴퓨터 유스'를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라고 AI에게 임무를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 지시를 받은 앤트로픽의 AI 에이전트는 온라인으로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와 해 뜨는 시간을 검색하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경로와 운전 시간을 알아낸다.

일정이 확정되면 달력에 표시한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이 기능은 AI 모델이 사용자를 대신해 컴퓨터를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원격조종으로 PC를 조작하는 것처럼 AI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컨트롤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약속을 조율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다고 앤트로픽은 설명했다.

AI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경우 부작용도 뒤따른다. 이에 따라 사용자 의도에 맞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AI 거버넌스 플랫폼’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가트너는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AI가 생성할 수 있는 허위정보에 대한 보안도 주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개인의 신원 검증을 위한 기술과 봇을 통한 가짜뉴스 전파를 막는 기술 등이다.

가트너는 또 공간지능(Spatial Computing)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간지능이란 사물의 크기, 위치, 방향 등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AI 기술이다. 인공일반지능(AGI)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와 얀 르쿤 메타 수석과학자 등이 개발 중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로봇과 연결됐을 때 가장 좋은 성능을 밝휘하게 된다.

이 밖에 스마트홈이나 스마트공장과 같은 기술을 말하는 주변 비가시성 지능(Ambient Invisible Intelligence), CPU, GPU, 엣지, 애플리케이션별 집적회로, 신경형 시스템, 양자, 광 컴퓨팅 등의 기술을 스토리지 및 네트워킹과 효율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도 주목해야 할 기술로 꼽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