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필라테스 강사(에센셜 필라테스앤피티 분당점)

요즘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건물에는 필라테스 센터 간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집 걸러 한 집에 입점해 있는 필라테스 센터는 그 규모도 다양하다. 1대 1 클래스부터 단체 회원 전용까지 소규모부터 대형 필라테스 센터를 보면 트렌드를 넘어 포화상태에 가깝다.

필라테스는 미국에서 먼저 대중화가 되면서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들어왔다. 몸매관리에 탁월한 운동이라는 입소문이 여성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동호인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호인 수가 늘어나면서 의류, 기구 등 필라테스 산업도 활황을 맞으면서 동네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필라테스 센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필라테스 센터 및 교습소로 등록된 민간 조직이 1236곳이 등록돼 운영되고 있다.

단시간에 시장이 팽창하면서 그에 따른 문제들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필라테스 전문강사 자격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필라테스 강사는 자격기준이 모호할뿐더러 현재 이렇다 할 검증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 만에 민간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실제 현장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필라테스 민간 자격증 수는 1300개가 넘었다. 넘쳐나는 민간 자격증의 전문성 역시 떨어지면서 돈만 주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신뢰가 바닥을 친 상태다.

이러한 낮은 진입장벽은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강사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이 현장에서 일반 회원들을 지도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단기간 내 성장이 버블현상을 초래했고, 현재 과도기를 맞은 필라테스 업계에선 체계적인 산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호황’과 ‘포화’를 넘어 ‘레드오션’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필라테스 업계에서 5년 간 생존한 한정원 필라테스 강사를 만나 직업의 세계 그리고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필라테스 강사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도 곁들였다.
한정원 필라테스 강사(에센셜 필라테스앤피티 분당점)
한정원 필라테스 강사(에센셜 필라테스앤피티 분당점)
요즘 주변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필라테스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평소 접해보지 않는 움직임들을 해보는 게 뇌에 새로운 자극들을 주거든요. 우연히 접했다가 매력에 빠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중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경우에는 같은 움직임을 여러 번 횟수를 반복하면서 근육을 단련한다면, 필라테스는 강사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생각하고 몸으로 표현을 해내는 과정에서 좀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센터를 찾는 분들 대부분이 다이어트나 몸매관리를 위해 찾는 건가요.
“그렇죠.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좀 더 예쁜 몸매를 위해 오는 분들이 많죠. 그리고 자세교정이나 재활훈련을 위해 오는 분들도 많아요. 평소 통증이 있는 회원들이 필라테스를 하고 나서 효과를 보시곤 입소문을 많이 내 주셨어요.(웃음)”

그럼 필라테스를 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5년 정도 됐어요.”

필라테스 강사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센터마다, 그리고 강사마다 다 달라요. 보통 오전·오후로 나눠 수업을 하고, 남는 시간은 개인 운동을 하는 편이에요. 한 회 수업을 1시간으로 정하면, 평균 5~6회 정도 하는데, 강사별로 수업 편차가 조금 있는 편이죠.”

스케줄을 짜는 것 역시 센터나 강사마다 다르겠군요.
“그렇죠. 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일정을 세우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강사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어요. 오전이나 오후로 수업을 몰아서 나머지 시간을 따로 활용하는 분들도 있고요.”


"투잡으로 필라테스 강사 도전하는 분들 많지만 살아남긴 힘들어…수업 노하우, 영업 면에서 두가지 일을 병행하긴 어려운 구조"


요즘엔 투잡으로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투잡으로 하거나, 희망하는 분들이 많긴 해요. 하지만 이 시장에서 투잡으로 살아남기엔 힘들어요.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직업인데, 자신이 필라테스를 잘 하는 것과는 별개거든요. 처음부터 투잡으로 하는 분들이 회원을 모집하기도 어렵고, 수업을 이끌고 나갈 노하우도 없다 보니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호황’ 넘어 ‘레드오션’ 된 필라테스業에서 강사로 살아남는 법 [강홍민의 굿잡]
투잡 강사들 대부분이 프리랜서겠군요.
“그렇죠. 전임강사들은 센터와 계약하고 센터에 상주하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수업도 하겠지만 처음엔 허드렛일도 하면서 시스템을 배우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잡을 하려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뭔가요.
“아무래도 필라테스 강사는 진입장벽이 낮아요. 자격증이 필수인 것도 아니고, 필요하다면 민간 자격증도 쉽게 딸 수 있는 구조예요. 필라테스를 배우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에 도전하는 거죠. 다만 진입장벽이 낮다 뿐이지 이 직업을 지속하기엔 어려워요. 필라테스 뿐만 아니라 운동과 사람의 몸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분야거든요. 그걸 모르고 도전한 분들은 일찌감치 포기하죠.”

일반 센터에서도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나보군요.
“공단에 신청해 요건만 갖추면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어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과정으로 더한 곳은 4~5주 과정을 만들어 발급한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교육과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자격증만 받은 분들은 오래 버티기가 어렵죠. 현장은 실전이거든요.”

보통 신임 강사들의 페이는 어느 정도 되나요.
“아마 요즘은 대부분 시간당 25,000원 정도로 시작해요. 그것보다 더 낮은 곳들도 있는데, 웬만하면 가지 않는 걸 추천하죠. 경력이 쌓이면서 조금씩 올라가는 구조인데, 많이 받으면 시간당 4~5만원으로 올라가죠. 특히 요즘엔 한 집 건너 필라테스 센터이다 보니 회원비를 높일 수가 없어요. 단가를 낮춰 서로 경쟁하다 보니 서로 출혈경쟁이 된 거죠. 그래서 강사 페이를 많이 줄 수 없는 구조예요.”

최근 들어 필라테스 창업도 성행하는데,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이것 또한 규모나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인데요. 요즘 1대 1이나 소규모로 운영하는 1인 센터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 경우엔 기구, 인테리어 비용만 최소 5천만원은 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소규모 창업을 하더라도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요. 어떤 경쟁력 또는 차별성을 두는 게 좋을까요.
“제가 처음 강사를 시작했을 때 회당 페이가 6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3만원으로 올랐어요. 회원비가 올라가는 동안 한 두분을 제외하곤 회원들이 그대로예요. 센터를 이동할 때도 이 회원들이 절 따라 오셨어요. 물론 영업이나 홍보·마케팅도 중요한데, 어떤 수업을 어떠한 환경에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수업 퀄리티만큼 강사와 회원 간 관계도 중요…어떤 방식으로 진심을 담아 수업하느냐에 따라 회원 만족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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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높은 수업이 포인트라는 건가요.
“당연히 수업의 퀄리티도 중요하죠. 요즘 회원들은 수업을 받아 보면 제대로 된 강사인지, 아닌지를 알거든요. 그리고 강사와 회원 간의 관계가 중요해요. 일전에 제가 센터를 옮길 때 같이 와 준 회원님께 왜 여기까지 오시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선생님 말고 다른 사람에겐 제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셨어요. 몸이 안 좋아 저를 찾아오신 분들 중에 몸이 낫는 과정을 경험하신 분들은 다른 곳을 잘 못 가는 편이시죠.”

어떻게 보면 몸이 드러나는 직업이라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되겠어요.
“평균적으로 필라테스는 일주일에 3회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4회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전 회원뿐만 아니라 신입 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 몸 관리가 안 돼 있으면 신뢰가 떨어지잖아요.(웃음)”

운동은 기본이고 식단 관리도 해야겠어요.
“지금 살이 좀 쪄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곱창, 떡볶이 같은 건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해요. 처음엔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니 힘들었는데, 지금은 참는 것도 습관이 돼 버렸나 봐요.(웃음)”

몸이 드러나는 필라테스복을 매일 입어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외출할 때도 입고 다녀요. 여기에서 살이 찌면 익숙해져도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운동과 식단관리는 필라테스 강사에겐 숙명이죠.”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 드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몸이 아픈 회원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뿌듯하죠. 예전에 타 센터에서 운동을 하다가 어깨가 파열돼 온 분이 있었어요. 저에게 수업을 몇 차례 받으시곤 ‘올해 선생님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에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 듣고 울컥했어요.”

반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겠죠.
“아파서 오신 분들 중에 운동을 해도 잘 안 고쳐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물론 제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그런 순간이 올 때면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곤 해요.”

필라테스 강사가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필라테스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운동을 잘 해야죠. 그걸 갖춘 분이라면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선수가 아니라 강사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아는 지식을 쉽게 풀어서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죠.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가르치지 못하면 소용없거든요.”

직업병이 있나요.
“전 늘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관찰해요. 유심히 보면서 ‘골반이 돌아갔네’, ‘무릎에 문제가 있네’라면서 혼자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맘 같아선 문제를 알려주고 싶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봐 그러진 못해요.(웃음)”

필라테스 시장 과열이라는 말도 있는데,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말씀하신대로 현재 시장이 과열돼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태라고 봐요. 그래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필라테스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른 운동들과 접목을 시켜 회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면 게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호황’ 넘어 ‘레드오션’ 된 필라테스業에서 강사로 살아남는 법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지윤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