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11월 12일(현지 시간) 성명서를 통해 “위대한 머스크가 애국자 비벡 라마스와미와 협력해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됐음을 발표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성 지출을 삭감하며, 연방 기관을 재구조화하도록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마스와미는 기업인 출신으로 올해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해 주목받았다.
정부효율부는 머스크가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제안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9월 공식적으로 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정부 규제와 효율성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다가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자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를 지연시키는 당국을 고소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취임 후 미국 관료주의 개혁과 대규모 재정 지출 삭감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정부 공무원과 재정 낭비를 줄여 예산 2조 달러를 절감한다는 게 목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총지출은 6조7500억 달러, 총수입은 4조9200억 달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재정적자는 1조8300억 달러로 이전 회계연도보다 1380억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른 총국가부채는 35조4600억 달러다. 정부의 스페이스X 의존도 커져
미국 정부의 스페이스X에 대한 의존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월 17일(현지 시간) 미국기업연구소(AEI) 우주공학자 토드 해리슨의 말을 빌려 2022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전액 또는 일부 자금을 지원한 발사 67건 중 47건(70%)이 스페이스X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우주군(USSF)으로부터 8회 발사를 조건으로 7억3300만 달러(약 1조208억원)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월 스페이스X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 세계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스페이스X는 50m 길이의 우주탐사선 ‘스타십’을 71m 길이의 발사체 ‘슈퍼헤비’에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약 7분 뒤 하강하는 슈퍼헤비를 로봇팔 ‘메카질라’로 발사 지점에 되돌려 놓았다.
스페이스X가 이날 보여준 것은 고도의 정밀 제어 시스템을 비롯해 엔진 재점화, 발사대 엔지니어링, 충격 흡수 등 혁신기술의 집합체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뛰어넘는 혁신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민간 우주산업이 더 대중화됐을 때 스페이스X를 앞지를 기업이 몇십 년은 나오기 힘들 것이란 평가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날개 달 듯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규제완화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11월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인사들이 완전자율주행 차량과 관련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 것으로 보도했다.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에 테슬라의 미래를 걸어온 머스크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2026년부터 무인 로보택시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연방 정부의 규정은 머스크의 구상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미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재 제조업체가 허가받아 연간 배치할 수 있는 자율주행 차량의 수를 2500대로 제한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이러한 제한을 풀기 위한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된 머스크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부 장관 후보로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투자자로 알려진 우버 임원 출신 에밀 마이클이 거론되고 있다. 머스크 기업에 쏟아지는 글로벌 자금
머스크의 트럼프 2기 내 입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페이스X 등 머스크의 기업엔 글로벌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16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가 12월에 기존 주식을 주당 약 135달러에 매각하는 공개매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경우 시장 가치는 25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도했다. 직전 책정된 시장 가치는 2100억 달러였다.
머스크의 다른 기업들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xAI는 최근 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 가치를 45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는 몇 달 전 평가액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자금 조달은 머스크와 투자자 간 논의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xAI가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10만 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된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들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월가에선 콜로서스가 AI 훈련을 통해 오픈AI에 대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0만 개의 GPU 가운데 5만 개는 엔비디아 H100의 상위 버전인 H200 GPU로 구성될 예정이다. 머스크의 AI 시스템은 X,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 그가 소유한 여러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공동 대통령?” 비아냥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갈수록 개입하면서 일부 트럼프 참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WP가 11월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핵심 내각 자리를 두고 자기 입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머스크는 전날 X(옛 트위터)에서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러트닉은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함께 재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WP는 트럼프 주변 인사들이 머스크가 새 행정부의 인사와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으며 머스크의 러트닉 지지가 이런 상황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장담한 대로 정부효율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내놓는다. 머스크의 공언대로 2조달러를 절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연방 예산 삭감 대상으로 2000억 달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글렌 허버드 전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학장은 “국방비, 연금 프로그램, 이자 지출과 같은 항목이 지출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다른 항목들만으로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절감액을 달성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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