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가 왜 소통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 생각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원하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든 소통은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쪽은 상대방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해도 그것을 들을지 말지는 상대방에게 달려 있다. 이것이 소통이 불통이 되는 이유다.
따라서 소통은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또 맞춰주다 보면 그들은 나를 믿고 내 편이 된다. 그런 다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끌어야 한다. 맞춰주기만 하고 이끌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실제로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소통, 즉 맞춰주고(Pace), 맞춰주고(Pace), 이끄는(Lead) 소통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중간관리자들과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찾는 교육을 자주 한다. 이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고민을 예로 살펴보자.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라“구성원들과 업무 조정을 다 했는데 상사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업무 지시도 합니다. 구성원들은 못 하겠다고 불만을 쏟아냅니다. 상사와 구성원 사이에 낀 중간관리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사에게 수시로 보고합니다. 어떤 때는 ‘이것까지 보고하냐’며 핀잔을 주고 또 어떤 때는 ‘왜 보고하지 않았냐’며 야단을 칩니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요?”
여러분이 중간관리자라면 어떤 해법이 떠오르는가. 우선 상사가 소통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해법이 있다. 실제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만나면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마치 평생 오른손을 사용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왼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아서다. 따라서 중간관리자가 상사에게 맞춰주는 것이 더 빠르고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다.
상사의 업무 스타일은 상사마다 다르다. 어떤 상사는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고 어떤 상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반면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를 부담으로 여기는 상사도 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꼼꼼하게 따지는 상사도 있다.
먼저 상사의 업무 스타일을 잘 관찰하고 그에 맞춰주면 상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중간관리자로서 이끌고 싶은 조직의 모습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면 상사가 내 편이 되어 도와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사를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보고와 미팅에서 상사의 스타일을 파악해 보자. 그런데 일하는 과정에서 상사의 스타일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공식적인 만남을 더하는 것이 좋다.
가끔 상사와 점심을 함께하거나 식사 후에 산책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사도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편안하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 대상이 함께 일하는 중간관리자라면 더 좋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사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업무 스타일도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중간관리자의 고민으로 돌아가 보자. 상사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새로운 업무 지시도 한다면 우선 받아들이자. 그리고 상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이때 공식적인 미팅 보다는 비공식적인 만남을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상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사에게 보고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도 상사에게 맞추는 것이 좋다. 어떤 것이든 수시로 보고하다 보면 상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중간관리자로서 미리 판단하기보다는 상사가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보고의 기준을 정해 상사에게 이야기하면 중간관리자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상사를 이끌 수 있다. 이렇게 상사에게 맞춰주고 맞춰주면 신뢰가 생기고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사를 이끌 수도 있다.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라“왜 우리만 요즘 세대에 맞춰야 하나요?” “리더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구성원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최근 많은 리더가 하는 말이다. 우선 요즘 세대의 변화에 맞추는 것은 세대의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개인화 마케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초개인화 직원 경험도 당연한 시대다. 구성원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에 맞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세상이다.
다만 다양성을 인정하려다가 조직의 한 방향 정렬이나 팀워크를 놓칠 수 있다. 가령 “점심시간을 왜 팀원들과 함께해야 하나요? 저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구성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팀워크를 위해 구성원들이 점심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구성원의 요청에 맞춰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조직 운영을 위한 나름의 원칙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매주 수요일은 점심을 함께하는 날로 정하는 것이다.
구성원 각자의 다양성에 맞춰주고 맞춰주면서 조직의 목적과 운영 원칙을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조직의 한 방향 정렬과 팀워크를 챙길 수 있다.
다음으로 나이와 경력이 많은 구성원이 리더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일대일 면담을 하고 상사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부여해도 일하는 모습이 바뀌지 않아요.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도 우선은 선배 구성원에게 맞춰주는 것이 좋다. 선배 구성원도 좋은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현재도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따라서 소통의 방향을 리더가 아니라 선배 구성원에서 출발해 보자.
리더의 기대보다는 선배 구성원의 기대에 맞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조직의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도와주세요”라고 해 보자. 그런 후 도움을 주기로 한 일은 오너십을 분명하게 정하고 조직 전체에 공유하면 된다.
조직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기 조직만 챙기는 동료로부터 도움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까. 이 경우에도 우선 동료에게 맞춰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협상학에서 도와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포지션(Position)’이라고 한다. 이때 도움을 줄 수 없는 실제 이유를 ‘인터레스트(Interest)’라고 한다. 내가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실제 이유에 맞춰주면 된다.
가령 전사 혁신을 위한 임시 팀에 다른 팀의 인재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팀은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 이때 인터레스트는 인재가 빠지면 담당 조직의 업무 진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인재가 맡는 일을 전사 혁신 과제로 가져오면 된다.
이처럼 다른 조직의 동료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면 그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맞춰주면 된다. 이를 위해서 평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조직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의 리더들과 비공식적인 만남을 자주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맞춰줘야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다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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