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많아도 입주권 매물 없어, ‘디에이치 방배’ 이은 흥행 예고

*‘내 집 마련’은 급하지만 직장일에, 육아에 눈코 뜰 새 없는 실수요자들. 그들에게 ‘부동산 임장’은 사치다. 그렇다고 분양하는 아무 아파트에나 청약을 넣기는 불안하다. 분양가격은 치솟았고 시세 상승은 주춤했다. 막무가내식으로 ‘청약 넣기’ 하던 시절은 갔다. 만약 덜컥 당첨이 되기라도 하면 계약을 포기해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청약 가점은 ‘리셋’이 돼버린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옥석을 가려가며 접근할 때란 의미다.

[분양단지 가보니]는 발품과 손품, 그리고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최신 분양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정리할 계획이다. ‘청약홈’과 ‘모집 공고문’에서는 볼 수 없던 현장의 모습과 당첨 전략도 담는다.

첫 단지는 강남3구 중 서초구에 위치한 ‘아크로 리츠카운티’로 선정했다. 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타입별로 수억원이 저렴하다. 소위 ‘안전마진’이 크므로 당첨돼도 손해볼 가능성이 적은 셈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니 가점이 낮은 젊은 초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덜커덕 당첨이 돼버리는 ‘위험’이 낮다.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당첨이 되면야 ‘로또’지만 말이다.
'아크로 리츠카운티'(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입구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아크로 리츠카운티'(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입구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서울지하철2호선 방배역 1번 출구, 우리은행 건물을 지나 완만한 언덕을 올랐다. 평일 오후 행인이 많지 않은 가운데 음식점과 카페가 입점한 낮은 근린상가 건물들 너머로 공사장 모습이 빼꼼히 보였다.

매봉재산과 예술의전당을 품은 우면산 자락, 상문고등학교에 둘러싸인 이곳은 서초구 방배동 내에서도 조용한 주택가에 속했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한두 블록 들어가니 공사장 앞을 지나는 덤프트럭만이 소음을 내고 있는 듯했다.

2018년 입주한 ‘방배아트자이’(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를 둘러싼 두 개 공사현장에 펜스가 둘러싸여 있었다. 그중 아늑한 골목 안에 위치해 네모 길쭉한 곳이 바로 방배삼익 재건축, 즉 ‘아크로 리츠카운티’ 현장이었다. 주변에는 고급빌라와 꼬마빌딩, 다른 아파트 단지가 자리했다.

11월 26일 모집공고가 난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총 707가구로 조성되며 그중 조합원분 등을 제외한 140가구가 특별공급(69가구) 및 일반공급(71가구)으로 나온다. 단지명에는 DL이앤씨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ACRO)가 적용됐다.

지난 8월 공급돼 화제를 모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 ‘디에이치 방배’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인근 주민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실속 있는 단지”라 평하며 ‘완판’(청약 및 계약완료)을 자신 있게 점쳤다.

공급 규모가 작은 만큼 디에이치 방배 대비 당첨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일명 ‘로또 분양’이 계속되는 한, 방배동에 관심이 있는 수요자라면 후속 단지 청약까지 꾸준히 시도해야 할 전망이다. 이미 입주를 마친 아파트 가격이 분양 호재에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 작지만 학군·입지 강점
방배5구역 '디에이치 방배' 공사현장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방배5구역 '디에이치 방배' 공사현장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10월 일반분양 전 가구 계약을 완료한 디에이치 방배는 여러모로 ‘방배의 재림’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고급빌라’, ‘단독주택가’로 상징되는 전통 부촌 서초구 방배동은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로 주거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인접한 반포에 밀렸던 동네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부터 추진된 주택,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그 시작은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이었다. 대단지 새 아파트가 없다는 방배동의 단점을 벗어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총 3064가구 규모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단 디에이치 방배에는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골프장, 스카이라운지 등 최신 고급 아파트 법칙에 충실한 커뮤니티(주민공동시설)도 조성될 예정이다.

이 단지는 공급물량이 1244가구(일반분양 650가구)로 대단지 아파트 규모였다. 분양가격이 3.3㎡당 6496만원으로 전용면적 84㎡ 타입이 20억원을 넘겼지만 다른 강남3구 분양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했다. 심지어 분양가가 같은 서초구 내 반포동 아파트 분양가보다도 낮고 마포 신축 시세와도 비슷했다.

디에이치 방배는 무엇보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강남 입성의 마지막 기회’로 불렸다. 그 결과 1순위 청약에 약 5만8000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은 평균 90대 1을 기록했다.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단지 규모 면에서 디에이치 방배보다 화제성은 떨어지지만 ‘알짜 입지’라고 꼽힌다. 실제로 가보니 언덕이 다소 있었으나 방배5구역 현장보다는 완만한 편이었다. 2호선 도보권이고 남아 학군이 강하다는 평이다. 특히 강남권 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상문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가 가깝다. 다만 초등학교는 서울방일초등학교로 배정되는데 저학년 초등생에겐 거리가 먼 편이었다.

인근 주민은 “디에이치 방배가 워낙 대단지라 대장 아파트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학군이나 주거 쾌적성에선 방배 삼익아파트 주변이 더 낫다”며 “바로 앞 신축 아파트인 방배아트자이에도 최근 젊은 입주민이 느는 등 젊은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당첨의 벽’, 도전 계속해야
'아크로 리츠카운티' 단지 투시도. DL이앤씨 제공
'아크로 리츠카운티' 단지 투시도. DL이앤씨 제공
아크로 리츠카운티 일반공급 구성은 전용면적 44㎡ 소형부터 144㎡ 대형까지 다양하다. 분양가격은 3.3㎡당 6170만원 선으로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8억원가량 저렴하다.

이번 분양의 주된 타입은 총 73가구 물량이 나오는 59㎡ 타입이 될 전망이다. 계약금은 디에이치 방배와 마찬가지로 공급금액의 20%에 달해 초기 부담은 큰 편이다. 분양가격은 14억8730만원이니 계약금으로만 3억원가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 8월 방배아트자이 같은 면적 실거래가는 20억원, 더 새 아파트인 인근 ‘방배그랑자이’ 호가가 2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로또’인 것은 여전하다.

공급 가구수가 적은 만큼 당첨 확률은 디에이치 방배보다 희박하다. 결국 아크로 리츠카운티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 당첨 가점부터 높아질 전망이다. 디에이치 방배 당첨 가점은 최하가 69점이었다. 가점이 낮은 예비 청약자는 ‘신생아 우선공급’ 등 특별공급에 도전하거나 추첨제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떨어지는 전용면적 44㎡에 신청하면 당첨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번 아크로 리츠카운티 청약에는 4만여 명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5인 가족 이상으로 가점이 70점을 넘겨야 당첨권일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가구 소유주라도 추첨에 꾸준히 도전해서 강남 청약에 당첨되는 사례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다”며 “방배동에는 앞으로 청약을 기다리는 단지가 많기 때문에 한두 번 떨어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버티면 오른다, 메마른 매물
방배 신동아 '오티에르 방배' 공사 현장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방배 신동아 '오티에르 방배' 공사 현장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아크로 리츠카운티와 인접한 방배 신동아도 올해 이주 및 철거를 마친 상태다. 이곳은 내년 상반기 착공 및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두 단지는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입주하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형 평수 위주인 방배 신동아는 예전부터 동네 주민들에게 ‘고급아파트’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이곳 재건축 사업의 의미는 남다르다. 방배 신동아는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해 843가구 규모 ‘오티에르 방배’로 재탄생한다. 길 하나 사이로 붙어 있는 아크로 리츠카운티, 방배아트자이까지 합하면 신축 단지의 가구수는 1903가구에 달한다. 각 아파트를 가르는 도로가 아쉽지만 오히려 상권이나 단지 구성이 획일적이지 않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장점이다.

이에 앞서 올해 말에는 방배6구역 재건축 사업으로 조성 중인 1097가구 규모 ‘래미안 원페를라’도 후분양을 계획 중이다.

노후한 주택가가 아파촌으로 탈바꿈하면 방배동 일대는 한층 깔끔한 모습을 가질 전망이다. 이 같은 호재 때문인지 올해 방배동 아파트 시세는 전반적으로 급등하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방배 서리풀e편한세상 전용면적 84㎡는 2021년 26억원에 실거래된 뒤 주춤하다 올해 10월 26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반포나 서초 등 주변 지역에 비해 아직은 저렴하다는 인식에 강남 입성을 노리는 실수요나 투자수요가 올해 방배동 아파트 매수를 이어갔다.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거나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 문의 대비 실제 거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꾸준하게 증가하던 방배동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 64건, 7월 99건을 기록한 뒤 8월 51건, 9월 36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방배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디에이치 분양이 다가오던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해 전고점에 도달한 상태이나 8월 대출규제 이후에는 약간 주춤했다”며 “매수 문의가 들어와도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거란 생각에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어 실제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1018-1번지 일원에 공급되는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12월 9일 특별공급, 12월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입주 예정 시기는 2027년 10월이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