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4년 6월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의 음성비서 시리, 구글의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 삼성전자의 빅스비, LG전자의 LG씽큐·CHATDA. 이들의 공통점은? 사용자와 물건, 사용자와 시스템 간에 메뉴도 없고 버튼도 없고 텍스트 입력도 없고 마우스 클릭도 없다. No UI, 제로 UI사용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목소리, 손짓, 움직임, 표정, 뇌파만으로 사용자와 외부가 직접 소통한다. 사용자와 외부 사이를 연결하는 추가 장치가 없다. 노코드와 결을 같이하는 IT 트렌드 ‘제로 UI’다. 사용자는 특정 물건이나 시스템의 사용 방법, 구동 원리를 몰라도 된다. 알 필요도 없다. 지금 원하는 것을 내 신체로 표현만 하면 된다. 사람에게 말하듯이 직관적이고 자연스럽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마치 특별히 지시하지도 않은 것처럼 느낀다. 더워서 손 부채질을 했을 뿐이라든지, 피곤해서 스트레스 뇌파가 나왔다든지, 졸려서 눈을 깜박였다든지, 목말라라고 혼잣말 했다든지 할 뿐이다.
제로 UI는 이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하드웨어도 적용된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같은 공간컴퓨팅이 좋은 예다. 직접 박물관에 갈 때는 시간을 내야 하고, 지하철을 타야 하고, 표를 사고 건물에 들어가는 외부와의 인터페이스를 거쳐야 한다.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야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이 모든 것을 건너뛰고 몇 초 만에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이, 유럽의 미술관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원격지에서 제품 검증을 한다든지, 목업 조립한다든지, 데모를 해본다든지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에서 많이 보던 전투 계획을 짤 때 적진의 지도를 공중에 띄워놓고 논의한다든지, 데이터를 왼쪽 폴더에서 오른쪽 폴더로 손바닥으로 쓱쓱 옮기면서 회의하는 장면도 제로 UI다.
제로 UI는 사용자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 사용자와 외부 간 소통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추가 인터페이스 장치 없이 인간의 액션만으로 바로 외부와 소통하니 당연하다.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장점이 있다. 새로운 상품, 솔루션,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들이 진입 장벽이 없어진다. 사용법을 익히고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러닝 코스트가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상품을 개발하는 회사에는? 개발 비용을 줄여준다. 직접 코딩, 제작, 개발하기 위한 지식,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누구나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가 풍부하지만 자본이 부족한 개인,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열린다. 대기업도 이득은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구현을 도와주니 리소스를 더욱 중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제로 UI는 인공지능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수요를 일으키고, 파이를 키운다. 사람과 외부 간 인터페이스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데 쓰일 리소스를 혁신적인 콘텐츠, 재미있는 기능을 만드는 데 투자하면 되니 제품 개발 회사 입장에서도 더 풍부한 선택지가 생기고 이는 당연히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온다.
직접 개발하고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왜 구현할지 참신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구현은 인공지능이 노코드, 제로 UI로 바로바로 해줄 수 있으니 ‘How’는 문제가 아니다. 제로 UI 가 가능해진 이유는(1) 제로 UI는 로봇산업과도 상부상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코딩, 구현이 쉬워지고 빨라지고 저렴해지고 게다가 정확해지고 있다. 로봇 제작 과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부품에 고비용이 들지 않게 되었다. 예산에서 자유로워진 로봇산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최고 품질의 부품과 솔루션을 선택해서 쓸 수 있다.
선택지가 많아지고 자본에서 자유로워지면? 그렇다. 상품과 솔루션의 퀄리티는 수직 상승한다.
인공지능 제로 UI가 결합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로봇이 작업 현장을 인식하고 이동하고 조작하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니 업그레이드나 유지보수도 알아서 된다. 버튼이나 메뉴 없이 사람과 로봇이 말로 대화하고 손짓으로 소통하고 몸짓으로 표현한다. 제조업에서도 IT업에서도 로봇산업과 제로 UI는 서로에 부스터다.
(2) 제로 UI가 가능해진 데에는 반도체의 고도화도 큰 몫을 했다.
말이나 제스처 같은 직관적이고 실시간 소통이 되는 인터페이스가 구현되려면 사람과 디바이스 사이를 빠른 속도로 분석할 줄 아는 딥러닝 기술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만 다가 아니다. 실시간으로 대용량의 움직임, 진동, 속도, 이미지, 영상 데이터가 오고 가니 엄청난 대용량이다. 자동차, 생활가전, 스마트폰 어떤 곳에서도 그래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GPU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의 뒷받침이 필수가 되었다.
한국 기업이 독점적으로 전 세계에 납품하고 있는 HBM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도 입지가 탄탄해졌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등 굴지의 회사들이 모두 독자적인 다양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선언했으니 이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시장에 나오는 반도체의 퀄리티도 그만큼 올라갈 테고, 이는 다시 더욱 고퀄리티의 제로 UI를 만드는 선순환 기폭제가 된다.
(3) 대용량 고품질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DDM: Data-Driven Decision Making)은 최근 IT 기업 모두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대용량, 고품질의 데이터를 내가 원할 때 수급하고 분석하고 활용하기 좋은 시대가 되었다. 이는 노코드, 제로 UI가 실현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기존 사례, 경험 수치, 정량적 백데이터가 있어야 그를 기반으로 노코드, 제로 UI가 가능해진다. 또 그래야 노코드, 제로 UI의 품질도 보장되니 이를 찾는 소비자도 는다.
인하우스로 이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분석할 수 있으면 좋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유동인구, 특정 산업의 올해 매출, 특정 기능이 많이 쓰이는 앱,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시스템, 특정 오류가 많이 나는 메뉴, 특정 연령대가 많이 선택하는 버튼. 이런 데이터를 시장에서 쉽게 탐색, 구매,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백데이터 자체를 찾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과정상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이터 구매 플랫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당신이 ‘금융’ 분야 노코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라 해보자. 이 때 꼭 ‘금융’ 분야 데이터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 전반의 디팬던시와 연결 고리를 이해하기 위해 공공 데이터, 위치 데이터, 법률 데이터 등 연관 분야를 포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럴 때 위와 같은 플랫폼은 훌륭한 서포트가 된다. 이렇게 구해온 외부 데이터를 어떻게 또 내 시스템 안으로 통합해서 가져오냐고? 인공지능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툴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핑계 댈 수 없는 시대다. 시간이 없어도, 자본이 없어도 당신의 의지만큼 최고의 인프라스트럭처를 누릴 수 있는 시대다.
태양을 목표로 화살을 쏜다면 비록 태양까지는 이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래 내 수준, 내 생각에 맞게 설정한 안전한 목표보다는 훨씬 멀리 날아간다. 눈높이를 높게 해도 좋다. 이제 인공지능 노코드가 내 옆에 있으니.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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