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부사장 사장 승진
박학규 사장, 사업지원TF 합류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행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역시 미전실 핵심멤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재무라인의 파워는 오히려 공고해졌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 박학규 사장이 합류했고 지난 5월 삼성메디슨 대표에서 사업지원TF로 자리를 옮겼던 김용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이다.
과거 미래전략실 멤버의 재결집은 미전실 부활의 사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반도체 개별사업 수장 문책성 인사삼성전자가 지난 11월 27일 사장단 인사 명단을 발표하기 전 최대의 관심사는 경영진의 교체폭이었다. 이 관심에는 사실상 그룹 수뇌부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의 명단만 있었다.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DS)부문 사업부장 2명은 교체했다. 메모리 사업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뒤처져 있고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자 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HBM 사업을 담당하는 메모리사업부를 함께 맡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미래 반도체 기술개발 조직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하게 됐다. 삼성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전 부회장에 맡김으로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수장을 교체하는 동시에 전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장급 보직으로 신설했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한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89년 삼성에 입사한 뒤 D램 설계부터 개발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22년부터 북미사업부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테크 고객 확보가 승패를 가르는 파운드리 특성을 감안해 기술 전문성과 영업·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한 사장을 발탁했다.
다만 문책성 인사는 반도체 부문의 개별 사업부장에 한정됐다. ‘사령탑’ 사업지원TF 힘은 더 세졌다그동안 삼성 안팎에서는 ‘사령탑’으로 불리는 재무라인의 힘이 강해지면서 비용 효율화 등 숫자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본원적인 사업경쟁력 확보는 미진했다는 책임론이 나왔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삼성의 위기’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시사했던 만큼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사업지원 TF의 조직 변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직에 변화를 주기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우선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 후 기업의 의사결정을 해왔던 사업지원 TF에 과거 미전실 핵심 구성원이 다시 모였다. 2017년 11월 사업지원TF 출범 이후 현재까지 조직을 이끌어온 정현호 부회장은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관리의 삼성’을 만든 주축이었다.
경쟁사에 밀리기라도 하면 수개월간 내부 감사를 벌여 문제점을 찾고 곧바로 혁신에 돌입해 우위를 탈환했다.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전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58년간 명맥을 유지하다 2017년 해체했다. 이때 미전실에 있던 멤버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이나 전보를 통해 다시 당시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정현호 부회장은 과거 삼성전자 구조본부터 전략기획실, 미전실을 두루 거쳤고 이 회장 경영 수업이 본격화한 시기부터 그룹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도왔다. 미전실 해체로 사임했다가 2017년 말 삼성전자가 사업지원 TF를 출범하자 사장직으로 복귀했고 현재까지 7년째 실질적인 그룹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해온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TF에 합류하면서 조직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박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7년까지 경리팀, 해외관리그룹, 사업지원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을 두루 거쳤다. 특히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무선사업부 등에서 지원팀장·지원그룹장을 맡아 경영 전반을 관리했다.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5개월 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이동했다. 수평이동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로의 이동은 사실상 영전으로 간주한다.
박 사장은 미래전략실 내에서도 옛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은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지냈다. 2017년 3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박 사장도 삼성전자를 떠났다. 삼성SDS 사업운영총괄(COO)로 자리를 옮겼던 박 사장은 2020년 사장단 인사로 삼성전자에 복귀해 반도체 사업의 경영실장을 맡았다. 미전실 해체 9년 만인 2025년부터 다시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에 합류하면서 정 부회장과 함께 사업지원TF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삼성전자로 복귀한 김용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전략 담당으로 이동한다. 반도체 기획과 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담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다. 김 부사장 역시 미전실 해체 후 삼성메디슨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5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돌아왔다.
이들과 함께 미전실 핵심멤버였던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김완표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관계사의 경영진단과 사업 컨설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로 자리를 옮긴다. 김 사장 역시 건재해 미전실 핵심 멤버가 8년 만에 모두 부활해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컨트롤타워 부활’로 위기 극복할까 현재 사업지원TF는 공식 조직이 아니다. 정 부회장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벙커같은 안전지대에 있는 삼성지휘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시각 때문에 미전실 부활을 통해 공식 조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위기를 타개할 인사 쇄신이 쉽지 않은 만큼 삼성 내에서는 미전실 부활 등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방안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023년 연간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컨트롤타워 재건과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준감위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7곳이 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부기관이다.
재무라인뿐만 아니라 기존 한종희 부회장의 역할도 확대됐다. 한 부회장은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까지 맡았다. 이로써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 스마트폰과 가전, 네트워크 사업을 총괄하는 DX부문장, DA(생활가전)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 4개 보직을 겸임하게 됐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새 DA사업부장 선임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도 모두 유임됐다. 지난해 말 퇴임했던 구글 출신 이원진 사장도 이례적으로 1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 마케팅과 브랜드, 온라인 비즈를 총괄한다. 비메모리 실적 부진으로 당초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반도체 수장 중 유일하게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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