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 시장에서 장중 1444.7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44원대까지 뛴 것은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10월26일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선언하면서 상승폭은 일부 줄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국채가격도 빠르게 강세로 전환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령 선포 여파에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장중 5%대 급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다 현재 3.44%대로 하락폭을 축소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 'MSCI South Korea ETF'는 장중 7% 가까이 급락하다 하락폭을 줄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주가 대부분이 하락했다. 포스코는 7% 이상, 쿠팡은 6% 이상, KB금융그룹은 5% 이상, 한국전력은 4% 이상, KT와 신한금융그룹은 3% 이상, SK텔레콤과 LG디스플레이는 2% 이상 떨어졌다.
코인 시장도 휘청거렸다.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 따르면 3일 밤 11시쯤 비트코인은 88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이후 5분여만에 다시 시세를 회복해 1억3000만원대로 돌아갔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해제안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지만 한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정국 혼란이 신속하게 수습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국채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며 주식시장,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은 대외 신인도가 달려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채권을 매각한다면 이는 주식시장, 외환시장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채권시장이 안정을 보인다면 주식시장의 부진은 일시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식은 상황에서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 이슈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더 크게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두 가능한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후 11시 40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F4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가 야기한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4일 오전 7시 추가로 회의를 소집해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금통위도 4일 오전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정부는 4일부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매일 개최하여 위기 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추가 시장 안정 조치는 각 기관이 점검 후 신속하게 발표하기로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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