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현·선물 7000억원 넘게 순매도
114개 종목 52주 신저가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한때 2% 넘게 하락한 2440대까지 밀렸다. 하지만 이내 낙폭을 줄이며 2460대서 횡보세를 나타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381억원, 172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4071억원 팔아치우며 한국 증시를 떠났다.
전날 5645억원 사들이며 모처럼 강한 순매수를 보여준 외국인이 하루 만에 다시 국내 증시를 등진 것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도 302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국 주식이 해외 주식보다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슈누 바라단 미즈호 증권 아시아 매크로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계엄령 선언은 한국 자산에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남겼고 기본적인 요소들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0.93%), LG에너지솔루션(-2.02%), 현대차(-2.56%), 셀트리온(-2.09%)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다수 내렸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던 KB금융(-5.73%), 신한지주(-6.56%), 메리츠금융지주(-1.80%) 등 금융주도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료품(0.32%), 철강·금속(3.07%)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일제히 내렸다.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전기·가스업이 9.94% 급락했고 건설업(-4.53%), 유통업(-3.14%), 의료정밀업(-3.56%)도 약세를 나타냈다.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식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대응이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 리스크가 시장 안정성을 훼손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추가적으로 자금을 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이며, “투자자들은 단기적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을 기록했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투자 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737개 종목의 주가가 내리며 전체(총 960종목, 우선주·리츠 등 포함)의 76.77%에 해당하는 종목이 하락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114개에 달한다.
다만 한국은행이 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발표하는 등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가 여러 차례 나오며, 국내 증시에 우려했던 만큼의 큰 충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도 이번 사태가 국가 신용등급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논평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집계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거래대금은 각각 13조670억원, 6조30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지난달 25일(13조4950억원) 이후 7거래일 만에 최대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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