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는 뇌는 왜 운동을 원하는가
안데르스 한센 지음│1만8000원
안데르스 한센 지음│한국경제신문│1만8000원옥스퍼드에서는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무분별한 콘텐츠 소비로 인해 지적 능력 손상을 뜻한다. 수면 부족, 과도한 노동, 스마트폰 사용 등 다양한 이유로 뇌 썩음 현상은 심해지고 우리는 쉽게 집중력을 잃는다. 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안데르스 한센은 몸을 움직일 때 우리 뇌가 제대로 움직인다고 조언한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운동은 몸이 아니라 뇌를 위한 것”이다.
특히 운동이 집중력 향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신체 활동이 도파민 수치를 끌어올리고 보상 관련 시스템을 세밀하게 조율해주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하면 도파민은 증가해 몇 시간 동안 그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운동하고 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차분한 기분을 느낀다. 산책하고 난 뒤 복잡한 생각이 정리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부터 시작해 메타(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X(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 모두 산책 회의를 좋아했던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 유형에 따라 여러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리기를 하면 단어 암기 능력이 좋아지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연상 기억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우리의 해마는 성인이 된 후 매년 1년에 1% 정도 줄어든다. 기억 형성과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기억력과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실험 결과 지구력 훈련에 참여한 집단의 사람들의 뇌의 부피는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성장해서 2% 커졌다. 운동은 뇌의 해마 부위를 자극해 집중력을 높이고 학습 능력을 개선한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더 잘 공급되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나이 들어도 뇌는 늙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연구이다.
집중력, 기억력, 뇌의 노화 등 많은 문제를 운동이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마음먹고 헬스장에 가는 것부터 힘드니 말이다. 그러나 터치 하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번거롭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뇌를 위해서다.
우리의 몸은 오늘날을 살고 있지만 뇌는 여전히 수렵 채집인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먹을 것을 구하고 쉴 곳을 찾고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했다. 따라서 뇌는 움직임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뇌에서 보상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뇌도 몸도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다. 이제는 식량을 사냥할 필요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뇌를 위해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운동의 이점을 설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운동을 어떤 강도로 해야 할지 실용적인 정보도 담음으로써 우리가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전에 사람들은 퍼즐 맞추기, 수학 문제 풀기 등을 할 때 뇌의 능력이 향상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관점을 뒤집는 연구와 사례들을 보여주며 신체적 운동이야말로 뇌를 바꾸는 근본적 방법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저자는 “운동은 반드시 헬스장에서 하는 고강도의 활동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누구나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30분 걷기 운동만으로도 뇌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고 뇌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각 장의 말미마다 불안, 스트레스, 주의력, 기억력을 키워줄 운동 처방전이 있다. 운동이라고 해도 어떻게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다루고 있어 독자들을 운동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끌어준다.
박혜정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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