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매력에 제주 카지노 외국인 관광객 몰려…3분기 역대급 실적 기록
내년 제주 직항 노선 3배 확대, 中·日 VIP 유치로 주가 상승 기대감 ‘UP’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영업익 6400% 증가
1971년 설립된 롯데관광개발은 아진관광이 전신이다. 관광개발 및 국내외 여행알선업, 항공권 판매대행업, 전세 운수업을 하는 종합여행전문업체로 출발했다. 1978년 롯데그룹에 인수됐으나 1982년 롯데그룹 계열에서 분리됐다. 2020년 12월 18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카지노, 호텔, 리테일로 확장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1600개의 올스위트 객실, 14개의 레스토랑과 바,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연결 기준 49%에 달한다. 나머지는 호텔업(29%), 여행업(19%), 리테일(2%) 등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들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고 2분기(59억원), 3분기(222억원)에도 영업이익 흑자 흐름이 지속됐다. 올 3분기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1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06% 불어났다. 통상 3분기는 여름휴가 시즌으로 관광 수요가 증가한다.
업계는 성수기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카지노 업계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카지노 방문객 수가 3만4000명에서 3만7000명으로 증가하면서 구조적 펀더멘털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 이용객이 칩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을 뜻하는 드롭액은 3분기 약 476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 드롭액 중 카지노가 회수한 금액의 비율인 홀드율도 17~21%로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증권가는 10월 국경절 연휴와 11월 바카라 대회로 4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라며 “실적 성장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직항 노선 3배 확대로 수혜 기대
관광업계는 내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2019년의 85~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제주 항공 노선과 직항 노선 확대가 롯데관광개발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도와 항공편으로 연결되는 도시 수는 2024년 기준 16개에서 2025년 말 45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6년 말에는 55개 지역까지 늘어난다. 내년 1분기엔 중국 창춘, 선전, 광저우, 시안, 다롄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도시와 제주도 간 항공편이 신설된다. 이에 따라 제주도 내 외국인 관광객 1위인 중국인의 유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 2위인 대만과 일본에서도 제주 직항이 개설되는 등 중국 외 도시 취항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의 호텔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항공 노선 확대는 호텔 투숙률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무비자 정책으로 관광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무사증 제도 시행으로 중국인은 제주에 비자 없이 입국해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다. 반면 마카오는 중국인이 7일 체류가 가능한 단수 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과 동남아 VIP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카오 출신의 카지노 실무진을 영입했으며 2023년 4월 오사카 사무소를 개설해 일본 VIP 모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 사무소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44명인 에이전트 수도 내년 80명으로 확대하고 VIP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경기 회복이 최대 변수
올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9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도 대비 약 97%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견조한 회복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외국인 전용 카지노 3사인 파라다이스, GKL,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카지노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중국 관광객 회복률이 80% 수준에 머무르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 국제공항 도착 기준 2024년 9월 한·중 항공 운항 편수는 3709편으로 2019년 동월 대비 99% 회복됐으나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가 카지노와 관광레저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경기에 따라 국내 카지노사의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파라다이스, GKL,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중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회복세를 보이던 중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올 2~3분기 하락했고 국내 카지노 3사 주가도 동반 추락했다.
중국 경제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수출 부진이 겹치며 경기 둔화 중 물가 하락이 이어지는 극심한 디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고 생산자물가 지수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1990년 이후 중국이 경험했던 디플레이션 국면이 최대 2년 정도 지속됐기 때문에 현재 디플레이션 국면도 8~9부 능선을 지났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주가 흐름이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적과 거꾸로 가는 주가…내년 순익 흑자 기대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1월 839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1년 단기채무를 30개월 장기채무로 변경했다. 금리 수준은 기존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췄다. 연간 20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비용이 절감된 만큼 실적 개선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롯데관광개발에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1만3000~1만6000원으로 현재 8000원대의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강도 높은 중국 규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중국 관광객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적 개선과 리파이낸싱 성공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카지노 업계 전반의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비상계엄이 단기에 해제돼 카지노 고객 유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코스피200 편출 영향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돼 반등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투자전문가들은 롯데관광개발의 순이익 흑자전환 시기를 중요한 판단 지표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당기순이익 흑자전환 등 내부 실적 개선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리파이낸싱 성공으로 20%가량 금융 비용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며 “내년 VIP 영업을 통한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어 저점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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