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한국만 소외된 와중에도 이 5개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해 주목받았다.
이들 기업을 이끈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5인을 ‘2024년 주가 상승률 톱 최고경영자(CEO)’로 선정했다.
전력기기 호황 올라탄 조석, 주가 상승률 1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초 8만2200원에서 12월 18일 37만4000원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354.99% 올랐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은 2020년 그룹 최초 외부 출신 대표이사로 영입돼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전략으로 적자를 내던 회사를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호실적에 힘입어 2017년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배당에도 나섰다.
조 부회장은 전력기기 시장 호황 속에서 매출 확대와 신시장 개척 공로를 인정받아 HD현대그룹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회장이 이끈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확대 추세에 힘입어 2023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년간 수출액 총 12억451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달성해 국내 전력기기업체 최초로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박정원, 체코원전 수주 총력전 펼쳐
김정수 부회장이 이끄는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전 세계적인 인기로 주가가 날았다.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70만7000원으로 연초(21만6000원) 대비 227.31% 올라 주가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불닭 브랜드’가 해외 시장을 강타하며 올해 7억 달러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2년 연속 ‘K푸드 플러스 수출탑’ 대상을 수상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인기에 힘입어 2016년 930억원이었던 수출액이 2023년 8093억원으로 7년 만에 9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68%로 확대됐다. 올해는 3분기까지 총 963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수출 비중이 77%까지 늘었다.
붉닭볶음면은 현재 100여 개국에서 연간 10억 개가 판매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 개발을 직접 주도하며 삼양식품의 중흥기를 이끈 공로로 올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50세 이상 영향력 있는 아시아 여성 50인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주)두산은 올초 9만3900원이던 주가가 25만7500원으로 174.23% 뛰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로보틱스 상장과 반도체와 원전 사업 호재로 인해 지주사인 두산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올해 1분기 주요 그룹 총수 중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7월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기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박 회장의 원전 뚝심 투자가 조명받았다.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절벽에 내몰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도 원전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박 회장과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올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동행해 정부의 원전 세일즈를 적극 지원했다.
김동관, K방산 수출 세일즈 직접 챙겨
우태희 대표가 이끄는 효성중공업은 올해 주가가 16만1900원에서 43만4500원으로 168.38% 상승했다. 전 세계적인 전력기기 수요 증가로 국내외에서 수주 행렬을 이어갔다.
최근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유럽에서만 1조원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켰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전압기 생산기지의 증설을 완료하고 전력설비 교체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주력 제품인 100MVA급 이상의 변압기는 미국 송배전 전력의 90%를 전달하고 있다.
우 대표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낸 만큼 통상, 에너지 산업 분야 현안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전문성으로 효성중공업의 해외 수주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K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만8793원에서 30만5500원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137.20% 뛰었다. 지난 11월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42만5000원으로 신고가를 썼다.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약 18조원어치 무기 공급을 타진 중인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무기체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며 해외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직접 방산 수출 세일즈에 나섰다. 올해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을 찾은 폴란드 대통령과 K9 자주포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한화와 폴란드의 방산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11월에는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장관을 만나 첨단 솔루션을 기반으로 현지화 및 공동개발,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통해 사우디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해 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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