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이승환 대관 취소···정치선동 자제서약 거부"
이승환 "일방적·부당한 결정···관련자들 책임져야할 것

가수 이승환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가수 이승환 인스타그램 캡처화면.
경북 구미시가 오는 25일 예정된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년 기념 콘서트 대관 취소를 결정한 가운데, 이승환은 구미시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3일 구미시에 따르면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이승환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 저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다"며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승환은 19일 법무법인을 통해 '콘서트에 참석할 팬들께서는 인근에서 예정된 집회 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승환은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며 "구미시장의 지난 23일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회관은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 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됐다. 대신 사과드린다"며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미시장은 이날 오전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수 문화평론가는 이날 한 방송에서 "문제의 핵심은 구미시 측에 있다"면서 "콘서트를 준비 중인 가수에게 서약서를 쓰라고 한 것은 북한이라는 이야기. 정치발언하면 안되니 서약서 쓰라고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서 명단을 만들어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행위였는데, 서약서까지 받는 것은 악위적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공개 찬성한 후, 구미 콘서트를 취소하라는 보수 우익단체의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우익단체의 반발로 구미시는 이날 예정돼 있던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