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알리바바와 합작법인 설립
출자 비율 5대 5…G마켓 현물 출자

이마트 연결 실적 개선 외에 큰 변화 없어
G마켓·알리, 독립적으로 운영

국내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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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간다. 서비스를 합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장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G마켓은 알리의 네트워크와 거대 자본을 활용할 수 있으며, 알리 측은 G마켓의 셀러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다. 신세계 측도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당장 변하는 게 없는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협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중국 자본과의 결합에 대한 우려는 이마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 힘 합치는 G마켓·알리 26일 신세계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등하며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통해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모두 출자하고, 알리바바그룹 측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일부를 출자한다.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은 2025년 출범 예정이다.

다만 양사의 서비스가 합쳐지는 방식은 아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국내 셀러의 전 세계 진출 교두보가 마련되고 동시에 K-상품의 판로 개척 및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 G마켓의 차별화된 고객경험 혁신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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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수익성 개선 효과이번 협업으로 이마트가 얻은 효과는 '재무건전성 강화'다.
적자 기업인 G마켓이 합작법인 아래로 들어가게 되면 실적 일부도 합작법인 쪽으로 잡힌다. 이마트는 G마켓의 적자를 털어내면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지배구조는 '이마트-아폴로코리아-G마켓' 형태다. 이마트는 아폴로법인의 8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폴로법인은 G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다.

합작법인 설립 후 G마켓에 대한 이마트의 실질 지분율은 80%에서 40%로 하락하고,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에 대한 이마트의 실질 지분율이 0%에서 40%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적인 지배력은 이마트가 알리바바보다 낮기 때문에 이마트는 합작법인의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실적은 이마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외손익의 '지분법 손익'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2021년 6월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G마켓은 인수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 줄어들면서 적자전환했다. 2023년 G마켓은 322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341억원 수준이다.

결국 G마켓을 자회사로 둔 이마트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했다. 지난해 이마트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141.75%다. 2018년 89.15%에서 크게 뛰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총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본다. 100% 아래면 건전한 편이지만 그 반대라면 자본보다 빚이 많다는 의미다.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92.4%인 것과 비교하면 자회사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문제를 알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 이마트 별도 부채비율 역시 101.8%로 뛰었지만, 연결 기준(156.2%)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같은 기간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 역시 30%를 웃도는 34.5%다. 30% 미만을 안전 수준으로, 그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으로 평가한다.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직매입 중심)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오픈마켓 서비스인 G마켓이 반등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마트는 G마켓을 떼어내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G마켓이 이마트의 연결 실적에서 빠진 이후 지배순이익이 기존 대비 약 100억~200억원 이상 개선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SSG닷컴의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류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는 취지다.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하면 인건비와 운영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2만~3만 개 수준으로 제한적인 탓에 물류센터 운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만약 물류센터를 매각하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마트 괜찮나" 소비자 반응 부정적장기적인 관점에서는 G마켓뿐만 아니라 이마트에 대한 신뢰도 타격 가능성이 제기된다.

심지어 이마트는 합작을 통한 전략 방향과 성과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실제 신세계그룹이 12월 26일 발표한 파트너십 구축 자료에도 이번 협업으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와 혜택 등을 설명하지 못했다. 셀러의 경쟁력 강화가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 기대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작법인 설립만으로는 이마트가 이커머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현시점에서 오픈마켓 형태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명확한 시너지 전략을 떠올리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개인정보가 중국 기업에 공유되는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또,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7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국외이전 보호조치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 19억7800만원과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이용자가 구매한 상품의 배송을 위해 이들 개인정보를 국외 판매자에게 제공해왔다.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한국 고객 정보를 제공받은 해외 기업은 18만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알리 안 쓰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지마켓 탈퇴하겠다", "내 개인정보 넘어가는 거 아니냐"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 형성될 수 있어 이마트에 부담"이라며 "특히나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이마트와 JV는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