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 고려아연 집중투표제·이사수 상한 찬성 권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올라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발했다.14일 글래스루이스는 이날 오전 기관투자자들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내 이같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들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반대하고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주주들을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하에서 이사회 장악을 노리는 각 세력들이 선출 가능성을 극대화하고자 집중 투표 전략을 사용하면 이사회 대표성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주 대표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이점이 더 크다고 봤다.
이사 수 상한에 대해선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모든 이사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이 20명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정원 제한이 없다면 이번 주주총회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대 33명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재로서 영풍·MBK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재무·경영 성과는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 시도로 비판받았다면서도 결국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회 의장 독립 등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약속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우려에 대한 대응력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전략적 방향과 자본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들의 근본적인 동기 특히 영풍의 거버넌스 이력과 영풍의 이해관계가 고려아연 다른 주주들의 광범위한 이해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 회장 측이 안건으로 올린 집중투표제가 가결될 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만약 집중투표제 안건이 부결될 경우에는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7명에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영풍·MBK 측 후보에는 모두 반대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글래스루이스는 MBK·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14명에 대해선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강하게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 수 상한 제한에 대해 현재까지 보고서를 내놓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모두가 도입을 찬성했고 집중투표제도 글래스루이스가 손을 들어주며 도입에 큰 힘이 실렸다"며 "영풍과 MBK는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구성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에 대해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물론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등 의혹이 가득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최윤범 회장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신력을 의심케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래스루이스는 최윤범 회장 측 인사로만 구성돼 거수기 역할만 했던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7명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며 기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이 보고서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 보고서에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9.8%를, 최 회장의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은 0.9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 지분율은 1.84%, 최 명예회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글래스루이스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들은 최근 1년간 국내 언론에 보도된 글래스루이스의 의안 분석 8건의 사례 중 이사회 측 의안에 일부라도 반대한 사례는 KT&G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 보고서가 최윤범 회장에 대한 편향성은 물론, 집중투표제 찬성 근거와 이사회 추천 후보에 대한 이유가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문제점들을 가졌다는 점에 대해 주주들은 모두 인지하실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주주들이 우려하는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분쟁 장기화 국면에 대한 입장이나 분석도 없고, 사실에 대한 확인도 없이 이전 보고서와 자료를 답습하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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