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밀리자 기업 미래 흔들려
국내 기업도 디지털화·EV화에 적극 대응해야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12월 말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의 2배 정도인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경영목표를 공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세계 자동차 기업 중에서 최고인 중국 BYD의 2024년도 시장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며 테슬라를 크게 능가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세계 전기차(EV) 시장의 둔화 속에서 강점 분야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호조에 힘입어 2024년 3월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5조 엔을 돌파했다. 그룹(다이하쓰, 히노 브랜드 포함) 전체의 판매 대수도 2024년 상반기까지 5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이를 활용해 배당을 계속 늘리고 자사주 매입에 주력하는 한편, 판매 차량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익성을 더욱 높여 ROE 제고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요타의 내부유보는 2024년 3월 결산 기준으로 32조7954억 엔을 기록했으며 2020~2024년 동안 1.7배나 늘어난 배당금 증가세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요타는 연간 1000만 대 정도 판매하고 있는 동사 차량을 대상으로 운전지원 및 사고방지 등을 위한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차량 판매 후 서비스 수익 확대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도요타는 이와 관련해 차세대 기술 실증을 위한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를 2025년 가을에 1차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븐시티는 도요타 공장이 있던 부지에 종업원, 연구자 등 2000명(1차 360명)이 거주하면서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 디지털 가전 기술 등을 적용한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해 자동차와 연계된 차세대 비즈니스의 개발에 주력하는 곳으로 계획됐다. 여기에는 도요타 이외에 식품회사, 가전회사, 디지털 교육 기업, 자판기 회사 등도 참여하며 도요타는 이 우븐시티를 기반으로 서비스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실적 호조와 ROE 제고 방안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시티는 물론 각종 디지털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는 EV 분야에서 도요타는 아직 히트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이다. 2026년 EV 판매 목표를 1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줄였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BYD의 2024년 EV 판매 대수가 178만 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체 판매 대수가 427만 대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2024년 도요타는 그동안 주력해 왔던 중국 시장에서 판매 대수가 6.9%나 감소했다. 도요타는 중국의 EV를 활용한 자율주행, 로보택시 기술을 따라잡는 데에도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EV는 동남아 등 일본계 자동차의 아성에서도 급신장하고 있다. 도요타가 중국 시장 등에서 BYD의 EV 기술이나 화웨이의 스마트카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조차 EV 스마트카 전략에서 테슬라나 중국 기업을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2위 독일 폭스바겐은 공장 폐쇄, 인원 감축에 나서야 할 정도로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EV 시장의 수요 정체 속에서도 중국 기업 등이 급부상하고 기존 자동차 기업이 도태되는 압력에 대항하기 위해 자동차산업의 구조,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 한층 주력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의 디지털화, EV화에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자동차와 가전, 전력 네트워크 등 각종 생활 분야를 연계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산업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배터리, 통신, 가전, 반도체, 전력, 한류 콘텐츠 등의 생활 서비스를 포함한 연관산업의 융합적인 협업 체제를 한층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