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덴마크가 북극에 3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투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천명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7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드 포울센 덴마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안보에 관한 심각한 도전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한다"며 북극에 146억 크로네(약 2조9500억원)의 방위비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예산에는 북극에 신규 해군 함정 3척을 배치하고, 4대의 장거리 감시 드론과 위성 감시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비용 등이 포함된다.
덴마크 정당들은 북극을 위한 더 많은 방위비를 확보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상반기 중에 제시될 예정이다.

덴마크의 이번 방위비 확충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가 국가 안보상 이유로 필요하다며 편입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힌 가운데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이 사들여 합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가 그린란드 편입을 '방해'할 경우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7일 부친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했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에는 백악관 인사국장과 부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세르지오 고르와 제임스 블레어, 보수성향 팟캐스트 진행자 찰리 커크 등이 동행했다.
1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의 전용기를 타고 부친이 매입하겠다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한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1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의 전용기를 타고 부친이 매입하겠다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한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그린란드는 팔리지 않는다"며 "그린란드는 독립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독립 여부는 2009년 양측이 합의한 자치정부법에 따라 그린란드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매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 및 기여 확대에는 열려 있다면서 대화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방장관과 첫 통화에서 유럽 안보 비용을 더 분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나토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을 5%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하다.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덴마크 간 합의에 따라 그린란드에 주둔 중이며 현지에 최북단 우주 기지도 운용 중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