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출자금지·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코너에 몰린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냈다"며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사장, 썬메탈코퍼레이션(SMC) CEO인 이성채, CFO인 최주원 등을 공정거래법 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전날 늦은 오후 고려아연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호주 소재 유한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이 최씨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 중 10.33%를 575억원에 인수하도록 해 고려아연의 25.4% 지분권자인 영풍에 대한 상호주 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다.
이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배제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가 불발됐다.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의 명의로 이뤄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라 금지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에 해당된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MBK 연합은 "SMC는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며 현금성 자산(2023년 12월말 기준 792억원)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보유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SMC의 영풍 주식 인수는 '공정거래법 제21조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이며, 이러한 탈법행위의 유형인 '자기의 주식(고려아연)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영풍)을 타인의 명의(SMC)를 이용해 자기(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시행령 제42조 제4호)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측의 탈법행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최초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형사건'"이라며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고,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공정위 신고와 함께 최 회장 일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과 주총결의 취소·무효 본 소송도 빠르면 오늘 개시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임시주총 효력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번 공정위 조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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