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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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에 코스피도 장중 1% 넘게 내려 2510선을 내주는 등 하락세다. 지난주 한국 증시가 설연휴로 마감한 이후 1월 27일부터 3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중국 인공지능(AI) 개발사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으로 GPT 수준의 성능을 갖춘 AI 모델을 발표하면서 AI 투자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된 탓이다. 이 영향으로 엔비디아가 급락하며 서학개미의 투자향방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딥시크 사태는 고가의 GPU 없이도 고성능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미국 AI 관련주의 급락을 불러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모델 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이 절감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높은 자본지출(CapEx)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관련 종목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딥시크가 훈련 비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또한 OpenAI 모델의 데이터 도용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미 반도체주가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800 GPU(하위 버전 H100)를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반도체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 애널리스트는 “저비용 고성능 AI 경쟁이 AI 사용 비용을 낮출 수 있어 기업(B2B) 및 소비자(B2C) AI 서비스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빅테크 기업들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며 AI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예상치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으며, 딥시크 사태 이후에도 CapEx(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약세를 보였고, 메타는 향후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나정환 애널리스트는 “AI 과잉 투자 및 관련 기업들의 마진 감소 우려가 있는 반면, 딥시크 사태 이후 AI 비용 절감과 효율성 확대라는 패러다임 변화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시크 이슈는 AI 산업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나 애널리스트는 “국내 AI 관련주도 그동안 빅테크 AI 투자 기대감으로 상승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경계성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단, 그는 “최근 발표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선호도 측면에서 AI 반도체 및 장비 관련주보다 AI 전력 관련주를 추천했다. 이유로 “고성능 GPU 대신 저성능 GPU를 대량 활용할 경우 전력 수요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증시는 주요 이벤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일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추가 관세를 검토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구글(2월 4일), 아마존(2월 6일)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가 남아 있어 향후 AI 투자 방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실적을 고려했을 때 실적 전망은 양호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영향력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빅테크 실적, 딥시크 사태의 영향이 주식시장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