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9.67포인트(-1.48%) 내린 43,191.2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4.78포인트(-1.76%) 내린 5,849.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97.09포인트(-2.64%) 내린 18,350.1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의 낙폭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양대 당사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강행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장 초반 한때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들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가 화요일(4일)에 부과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급격히 하락했다.
미 CNBC 방송은 "두 동맹국과의 막판 협상 결과에 대한 투자자 희망이 꺾였다"며, 물가 상승을 위시한 미국 시장 전망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짚었다.
앞서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빅테크 중심의 강세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S&P500 지수가 10%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걸 교수는 지난 연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M7(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평균 30~35배에 달하는 반면, 나머지 S&P500 기업들은 19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성을 둘러싼 경고음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빅테크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신흥국 증시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클 버리와 함께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포터 콜린스, 빈센트 다니엘은 “AI와 빅테크 기업들에 편향된 미국 증시보다 브라질과 중국 같은 신흥국 증시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터 콜린스와 빈센트 다니엘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AI 광풍에 매몰된 탓에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딥시크 쇼크가 미국 증시를 강타했던 지난 1월 28일,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의 파트너 데이비드 칸도 AI 거품론을 폈다. 그는 지난해 6월 월가에서는 처음으로 AI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칸은 AI가 시장의 기대만큼 경제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현재의 거품이 꺼진 뒤 또 다른 거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가 향후 수조 달러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만약 AI가 이러한 약속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조정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다른 자산군에서 새로운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 증시 붕괴론과 조정론은 여전히 월가에서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최근 2~3년간의 미국 증시 흐름을 고려하면, 10% 하락은 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다수다. 이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일시적인 조정일 뿐, 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가능성, AI 기술 발전, 기업 실적 개선 등이 상승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며 AI 산업의 확장성과 제조업 체감 경기 회복이 미국 증시의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지속 상승을 예상했다.
상상인증권 김용구 애널리스트도 “미국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압도적인 실적 모멘텀과 성장성을 보이고 있으며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영향이 장기적으론 미국에게도 자가당착이 될 수 있겠으나, 단기적으론 미국증시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지대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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