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와 합병 속도…41년 만에 CI 바꾸고 항공 시장 독점 예고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
유가·환율 안정시 비용 절감 효과 기대, 좌석 개편 및 라운지 고급화로 수익성 확보 나서

◆美 항공주 따라 주르륵
대한항공 주가는 항상 ‘역사적 저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화물 수요가 폭증해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을 때도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주가는 여전히 2만~2만5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주가는 부진했다. 2월 2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2만200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항공 여객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항공주가 부진한 영향이다.
작년 하반기 미국 항공주는 경기 호조와 프리미엄 항공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주가에 부담을 줬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올 1분기 실적 예상치를 낮추자 미국 항공주는 한 달 새 20%가량 떨어졌다. 델타항공은 올 1분기 매출 증가율을 7~9%로 예상했으나 3~4%로 낮췄다. 영업이익률도 6~8%에서 4~5%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메리칸항공은 1분기 손실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 이후 주가가 비슷한 방향성을 보였던 글로벌 항공사들은 작년부터 개별 기업 간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국내 항공주인 대한항공도 글로벌 경기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미주 여객 노선 매출 비중이 37%에 달해 미국 내 항공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 추정치는 지속해서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오히려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 수준인 데다 주가가 박스권 최하단에 머무르고 있어서다.12개월 선행 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배수는 3.3배 수준으로 싱가포르에어라인(5.5배), 캐세이퍼시픽(5.1배), 재팬에어라인(JAL, 4.5배), 전일본공수(ANA, 4.9배)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보다 낮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해외로 가는 아웃바운드 수요가 견고하고 미주 노선 중 출장과 유학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에도 타격이 적다”며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호실적과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항공주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유가 약세와 환율 하락 땐 수혜 예상
!['만년 저평가' 대한항공, 박스피 탈출 언제쯤?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61871.1.png)
그러나 증권가는 실적 하락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이 완료되면 견조한 프리미엄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여객 운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시스템 통합 비용은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대한항공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이었으며 올해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연결 편입되더라도 대한항공의 주당순이익(EPS) 하락 가능성은 작다”며 “저비용항공사(LCC) 간 경쟁이 심화하는 반면 대형 항공사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강화되면서 대한항공의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올해 대한항공의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매출이 편입되면서 연매출은 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2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여행 수요와 미주 노선 중심의 여객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A350, B787 등 중대형 신형 항공기 도입이 대한항공의 공급 능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올해 유가가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 대한항공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연료비는 대한항공의 전체 영업비용의 32%를 차지해 단일 비용 항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제유가와 항공유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한 수치다. 대한항공의 올해 급유 단가는 전년 대비 1.2% 하락한 108.4달러/배럴로 예상된다. 원화 기준 급유 단가는 전년 대비 4.6% 하락할 전망이다.
◆화물 호황과 중국 관광 수요 회복 관건
투자업계에선 항공기 제작사들의 생산 차질이 대한항공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항공기 공급 제약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기재 도입이 지연될 경우 화물 운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항공기 평균 대수는 385대, 장거리용 여객기는 연평균 164.5대다. 전년 대비 각각 7.3%, 6.4%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보잉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으며 에어버스도 일부 공급망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항공기 공급 상황은 항공화물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평균 화물 단가는 전년 대비 달러 기준 2.4%, 원화 기준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중국 관광 수요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중 노선은 운수권이 있어야 운항할 수 있어 LCC들의 침투가 어렵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의 중국 노선 여객 매출은 전체 여객 매출의 12%,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에는 13%를 차지한 주요 노선이었다. 그러나 작년 3분기 기준 9%로 낮아진 상황이다.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계기로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한국인의 중국 관광 수요가 회복된다면 대한항공의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출범을 앞두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올 하반기부터 보잉 777-300ER 11대에 새로 도입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항공은 편당 6~8석 수준인 일등석을 없애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설치한다. 이 항공기는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이코노미석으로 운영된다. 내년까지 차례로 항공기를 개조하고 투입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비즈니스석의 고급화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일등석 대신 중간급 좌석을 신설해 틈새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천공항 라운지도 총 6개로 늘려 호텔 라운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현시점에서 대한항공을 재평가해야 할 때”라며 “2027년 전 세계 10위권 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가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