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닛케이신문은 “올해 일본 전역에서 벚꽃 개화 시기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화가 예년보다 늦어지거나 반대로 빨라지면서, 벚꽃 축제 주최 측과 여행사 등이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벚꽃 졸업식’ 등 일본의 상징적인 봄의 풍경마저 추억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규슈 오이타현 쓰쿠미시에서는 올해 2월 8일부터 3월 2일까지 예정됐던 가와즈 벚꽃 축제가 개화 지연으로 일주일 연장됐다. 이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개화가 평년보다 3주나 늦어져 처음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쓰쿠미시는 춘절과 겹쳐 특히 대만과 홍콩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가 벚꽃을 보지 못한 채 귀국했다. 현지 택시 운전사는 “벚꽃이 없어 실망하고 돌아가는 외국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쓰쿠미시 관광협회 측은 “개화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상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축제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즈오카현 가와즈마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벚꽃 개화가 2주 늦어지며 벚꽃 축제 기간이 9일 연장됐다. 축제 관계자는 “올해 목표 축제 방문객 수는 80만 명이었지만, 실제로는 54만 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벚꽃 개화 이변의 주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규슈대 이토 히사노리 명예 교수는 닛케이에 “겨울 추위에 나무가 노출돼 개화하는 ‘휴면 타파’가 중요한데, 최근 따뜻한 겨울날이 늘어나면서 나무가 잠에서 깨어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토 교수가 기상청과 온난화 시뮬레이션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31~2050년의 평균 기온이 1981~2000년보다 2.0~2.5도 상승할 때 가고시마·고치 등의 ‘왕벚나무’ 만개 지역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규슈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벚꽃이 아예 개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벚꽃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간사이대 미야모토 카츠히로 명예 교수에 따르면, 올해 벚꽃의 경제 효과는 1조 3,878억 엔(약 13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 중 방일 외국인의 소비가 전체의 26.3%를 차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벚꽃 개화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본 지자체와 단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꽃 관련 단체는 온난화에 강한 품종인 ‘진다이아케보노’ 벚꽃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도쿄 지요다구는 벚꽃 보호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세 차례 실시해 관련 비용을 모금했다. 후쿠오카시도 오는 4월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행업계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 여행사 JTB는 벚꽃 투어 상품에 대해 15영업일 전까지는 취소 수수료를 물지 않는 정책으로 변경했다. 여행자가 벚꽃 개화 시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여행 일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쿄 도시마는 지난 2021년부터 플라네타륨(천체투영관)에서 벚꽃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날씨와 꽃가루 등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쾌적한 공간에서 벚꽃을 관람할 수 있어 매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닛케이신문은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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