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의 전선·금속 부문을 계열분리해 탄생한 LS그룹이다. 현재 이들의 직계 자녀들이 대를 이어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LS그룹은 출범 초기 3형제가 4 대 4 대 2로 경영권을 나눠 공동 경영했고 아직도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LS그룹은 사촌경영 전통에 따라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9년씩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다. 이에 따라 2세인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세대의 마지막 총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구 회장이 2030년까지 회장직을 맡고 이후 3세대로 경영권 이양,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LS그룹이 전선·전력사업부문 지주사인 (주)LS, 도시가스 사업 지주사 인베니(옛 예스코홀딩스), 에너지부문의 지주사 E1 등 3대 지주사 체제를 갖춘 만큼 3세 경영체제에서는 3대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LS그룹은 2024년 기준 자산총액 31조9000억원 규모로 재계 16위다.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해 출범했을 때와 같은 순위다. 카카오(15위·35조1000억원), 두산그룹(17위·26조9000억원), DL그룹(18위·26조7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구 회장이 2030년까지 배전반 등 신사업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자산 50조원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2030’을 제시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자산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LS그룹은 북미 중심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 전력기기 업체에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급증에 발맞춰 관련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IPO)가 유일하다.
구 회장은 ‘인터배터리 2025’에서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려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자금조달 방법은 제한적”이라며 “중복상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LS그룹에서는 LS MnM을 비롯해 LS일렉트릭이 지난해 인수한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미국 슈페리어에식스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전기차 충전업체 LS이링크, LS전선에서 물적분할해 설립한 LS이브이코리아 등 비상장 계열사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상장을 검토해온 LS전선과 LS엠트론도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LS그룹 계열사들의 최근 IPO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오너가 3세 경영인들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LS그룹은 그동안 사촌끼리 9년 주기로 총수 자리를 물려주면서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어 사촌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2세대 마지막 총수인 구 회장의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지만 차기 총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40대 오너 3세들의 승계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구본혁·구동휘·구본권 등 3세 경영인의 역할이 한층 더 확대됐다.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인베니(옛 예스코홀딩스) 부회장은 3세 중 가장 먼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장남인 구본권 LS MnM 부사장은 2012년 LS에 입사한 지 12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2세 경영체제에서는 고 구자홍 LS니꼬동제련(현 LS MnM) 회장→구자열 LS 의장→구자은 회장 순으로 3형제의 장자가 순환 승계하는 방식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앞선 세대에서 이어지던 장자 승계 원칙과 사촌경영 전통이 3세 경영에서도 이어질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이런 전통을 계속 따른다는 전제하에서 구 회장 이후 LS그룹 회장을 맡을 순서는 고 구자홍 회장의 외동아들 구본웅 씨(영문명 브라이언 구)다. 구본웅 씨는 1979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미국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했다. 벤처투자회사를 창업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오큘러스VR에 투자해 페이스북(메타)에 매각하며 10배 넘는 수익을 올려 투자자로서 안목을 인정받았다. 쿠팡의 초기 투자자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그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 중인 스톡팜로드가 전남 해남에 3기가와트(GW) 이상의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지주사 LS 및 예스코홀딩스(현 인베니) 지분도 몇 년 전 모두 매각해 현재 그룹 관련 보유 지분도 전무하다. 재계에서는 그가 향후에도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S, E1, LS일렉트릭 등을 두루 거치며 LS그룹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주도해 차세대 경영자로 일찍부터 눈도장을 찍었다. 구 대표가 보유한 지주사 LS의 지분은 2.99%로 구자은 회장(3.63%)에 이어 2대주주다.
또 다른 3세 경영인인 구본혁 인베니 대표(1.30%), 구본규 LS전선 사장(1.16%), 구본권 LS MnM 부사장(0.39%)보다 많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21일 LS증권 정기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돼 등기임원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이번에 LS증권으로 경영 보폭을 확대하며 현재 대기 중인 계열사 상장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한 매체와 만나 “가장 중요한 이슈는 IPO”라며 “동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추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시점에 대해선 “기업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에 맞출 계획으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로 보면 1977년생인 구본혁 인베니 부회장이 가장 연장자다. 구 부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대학원 경영학(MBA) 과정을 마쳤다. 2003년 LS전선 해외영업부문에 입사한 이래 LS 사업전략팀 부장, LS MnM 중국사업부장 이사,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구 부회장은 일반 지주회사였던 예스코홀딩스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으며 2030년까지 자산운용 규모 1조원,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예스코홀딩스의 사명을 인베니(INVENI)로 변경해 투자형 지주회사 정체성을 강화하는 등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9년생인 구본규 LS전선 사장도 유력한 총수 후보 중 하나다. 그는 미국 퍼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한 뒤 슈페리어에식스(SPSX) 통신영업 차장,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퍼시픽영업팀장, LS엠트론 경영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경영자(CEO) 등을 거쳤다.
특히 3세 중 유일하게 전임 회장들의 경영수업 필수 코스였던 LS전선과 LS엠트론 두 곳을 모두 거쳤다. 구본규 사장은 지난해 9월 ‘밸류업 데이’에서 LS전선의 상장 계획에 대해 “상장은 반드시 생각하고 있다”며 “미래 전망과 함께 현재도 돈을 잘 버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몇 년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시점이 아주 먼 미래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3세 경영인 중 막내인 구본권 LS MnM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미국 브라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엑센츄어컨설팅을 거쳐 2012년 LS 사업전략팀에 입사한 이후 LS MnM에서 줄곧 커리어를 쌓아왔다. 다른 3세들이 지주사 LS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를 오가며 경영수업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LS MnM이 LS그룹의 전기, 전력 인프라 사업 밸류체인의 시작점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향후 ‘비전 2030’ 달성까지 구본권 부사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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