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여파로 산불 리스크↑…전국 FWI 평균 10% 상승

[한경ESG] 이슈
산불 위험일이 20일 이상 늘어난 지역. 사진=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
산불 위험일이 20일 이상 늘어난 지역. 사진=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 산불 위험일이 산업화 이전보다 연간 최대 120일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최근 대형 산불 피해가 발생한 경북 지역은 산불 위험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산불 위험지수(Fire Weather Index, FWI) 분석 결과,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 지구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날이 연간 최대 120일가량 늘었다고 31일 밝혔다. 전국 평균 FWI는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산불 위험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후모델 기반의 가상지구(MetaEarth) 플랫폼을 활용했다. 이 플랫폼은 산업화 이전의 지구와 현재의 지구를 가정한 뒤, 두 모델 간 산불 위험지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FWI는 기온, 습도, 바람 등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해 산불 발생 위험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FWI가 20 이상일 경우 산불 위험이 높다고 본다. 김 교수팀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서 사용된 주요 기후모델 5가지를 병행 분석했다. 모델 간 결과 차이를 반영한 평균값을 산출함으로써, 데이터의 일관성과 과학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FWI 20 이상인 고위험일이 산업화 이전보다 연간 기준으로 최대 120일 길어졌으며, 이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지역은 경북이었다. 최근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6만3000여 개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고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실제 산불 발생 위험을 어떻게 키우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의 산불 대응 전략은 기후 위기를 전제로 한 장기적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