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산·원가 절감 더불어 본사 경쟁력 높이는 혁신 시도
해외 거점도 자사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장기 전략 필요해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도널드 트럼프의 극심한 관세 인상 문제가 다소 완화되고 중국 경제의 추락 우려도 약화됐다. 그러나 각국에 대한 10% 기본 관세,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등 고관세 문제는 남아 있다. 특히 일본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본 자동차 기업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7개사는 2026년 3월 결산 예측을 발표하면서 관세의 악영향이 약 1조7000억 엔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트럼프 관세의 시련을 극복하는 데 자체적인 대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생산거점을 미국에 두는 것이 유리한 측면도 있으나, 자동차 생산거점 이전에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우선 기존 미국 거점에서의 생산량 확대, 일본 내 생산라인의 미국 공장 이전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혼다는 사이타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미국 시장용 세단 차량인 ‘시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6~7월경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의 공장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또 일본 기업은 관세율 인상분을 다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원가절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쓰다는 총액 2000억 엔을 목표로 비용 구조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여러 부서의 인력으로 구성된 대응팀을 발족해 불투명한 사업 환경에 대응하고 전 세계 각 지역별로 판매 모델, 제품 사양의 최적화와 이에 맞는 생산체제의 효율화에 주력해 130개국에서의 판매 및 제조 체제를 최적화한다. 전사적으로 비용과 지출의 우선순위도 재검토해 비용 절감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편 도요타자동차는 자사의 강점인 현장 주도의 생산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에 한층 주력할 전망이다. 도요타는 현지 제품 개발을 강화하면서 부품 등의 현지생산 체제도 확충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국의 생산 공장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내 300만 대 생산체제를 기존과 같이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해외시장에서 현지생산, 현지조달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의 핵심적인 생산, 개발, 연구 기능을 일본 본국에서 유지하면서 세계 각국 거점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모체 공장’ 기능을 유지 및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 이외의 시장 개척에 힘쓰는 한편, 글로벌 및 로컬 차원의 제휴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도요타는 지난 4월 구글 계열의 웨이모(Waymo)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기존 자동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응용하는 데 강점이 있는 반면, 웨이모는 기본 소프트웨어(OS) 기반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에 강점이 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인신사고가 인간 운전 차량 대비 81% 감축하는 성과도 내고 있다. 웨이모의 로보택시에 도요타 차량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로 앞서기 시작한 중국 기업이나 현지 지자체 등과의 제휴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 시장용 전기차에 화웨이의 OS를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혼다도 중국의 인공지능 신흥기술인 딥시크(DeepSeek)를 탑재하고 음성 대화 기능을 확충하는 한편 배터리에서는 중국의 CATL과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우리 기업들도 트럼프 관세에 대비해 원가절감과 함께 중장기적 차원의 글로벌 경영의 효율성, 리스크 관리 체제를 강화해 한국 본사가 글로벌 거점으로서 모체 기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본사 자체도 각 글로벌 거점의 지식, 혁신을 흡수해 글로벌화 혁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국 기업과의 제휴 관계 강화, 인수합병, 오픈 이노베이션 체제의 글로벌화를 통해 차세대 기술로 전환하는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