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를 두고 ‘전 국민 감시 시스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설계된 플랫폼이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무기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논란 사례로 기업의 내부 감시가 있다. 2018년 JP모간의 내부 보안팀이 팔란티어로 직원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피터 카비치아 3세는 2009년부터 팔란티어 FDE(Forward Deployed Enginee·현장 파견 엔지니어) 약 120명을 동원해 은행 직원을 감시했다. 명목상 ‘사기 등 범죄로부터 직원 보호’의 목적으로 시작된 정보수집이 악용된 것이다.
카비치아 팀은 직원의 이메일, 브라우저 기록, GPS 위치 정보뿐 아니라 녹음된 통화 내용까지 수집했다. 팔란티어의 알고리즘은 직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평소보다 늦게 출근하기 시작하면 내부자 위협 대응팀에 경고를 보내는 식이었다. 팔란티어의 보고는 보안팀의 물리적 감시로 이어졌다. 당시 감시 대상이 은행 고위 임원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팔란티어의 정부와의 협력도 논란이다. 영국 가디언은 팔란티어가 미국 이민세관단속청(ICE)에 감시·구금·추방 등을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반이민 역량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권리단체 미젠트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ICE 사례관리 소프트웨어는 이민자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이를 표적으로 추적, 감시, 추방을 돕는다. 미젠트는 알고리즘에 인종차별적 편견이 반영돼 소수민족 지역 집중 단속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측 치안’ 시스템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측 치안은 정량적 분석을 통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개인을 파악해 미리 대응하는 방식이다.
비판론자들은 데이터 기반 치안 활동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을 조장하고 형사 사법 제도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인종적 편견을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활동과 기술에 대해 저술한 앤드루 거스리 퍼거슨 아메리칸대 법학 교수는 “정부 감시 강화를 위해 고안된 도구가 이제는 국내 주민을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로스앤젤레스경찰국이 팔란티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파헤친 책 ‘예측과 감시(Predict and Surveil: Data, Discretion and the Future of Policing)’가 출간됐다. 텍사스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 세라 브레인은 로스앤젤레스 경찰들이 인종, 성별, 문신, 흉터, 가족 및 친구 관계, 차량번호 등을 통해 범죄 증거 없이 민간인을 특정하고 은밀한 사생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고발했다.
올해 트럼프 재집권 이후 팔란티어의 정부 개입이 더욱 확대되면서 미국 내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월 30일 트럼프가 추진하는 연방정부 기관의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에 팔란티어가 물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기관의 데이터 공유는 미국 내에서 반대가 적지 않은 정책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국세청(IRS)을 포함한 각 부처가 관리하는 납세 기록과 은행 계좌번호, 학자금 대출 규모, 건강보험 청구기록 등의 데이터 접근을 시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민자를 단속하고 비판 세력을 억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전현직 팔란티어 직원 중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전직 팔란티어 직원 13명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회사 측에 발송했다.
카프 CEO는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고 정보와 데이터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수아 인턴기자 joshu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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