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흐름은 직장에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이는 ‘조용히 그만두기’, 관리자로의 승진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의도적 언보싱’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구직 플랫폼 글래스도어의 설문을 인용해 “Z세대가 직업적 성공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직장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래스도어가 미국 직장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Z세대 응답자의 68%는 “급여나 직함이 없다면 경영직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베이비붐·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직급 중심의 전통적 경력 모델을 거부하고, 관리직을 단순히 ‘경력 사다리’를 오르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글래스도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자오는 포춘에 “많은 젊은 근로자는 자신이 직장 시장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며 “Z세대는 야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 안정과 개인적 성취를 동시에 중시하는 새로운 성공 모델을 찾아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EY의 조사 결과 역시 이와 일치한다. EY는 “Z세대는 매우 실용적이며, 인생의 전통적 이정표에도 ‘이성적 회의주의’를 적용한다”고 분석했다.
Z세대는 부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 폴에 따르면, Z세대의 57%가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48%), X세대(31%), 베이비붐 세대(21%)보다 높은 수치다. 글래스도어는 “Z세대는 진정한 부업 세대이며, 전통적 고용 형태 밖에서도 일의 정체성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오와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열정을 쏟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열정은 퇴근 후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춘은 “Z세대에게 부업은 대안이 아니라 핵심 정체성”이라며 “본업으로는 얻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기업가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국내외 조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해 HR 기업 로버트 월터스의 조사에서 Z세대 직장인의 52%는 중간 관리자 승진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9%는 ‘스트레스는 크고 보상은 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72%는 부하 직원 관리보다 ‘개인적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고 싶다고 답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도 젊은 직장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54.8%)이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고 답해 ‘의도적 언보싱’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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