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에 대한 VEU 철회
반도체 장비 들여올 경우 건별로 허가 받아야
美상무부, 연간 1000건 수출허가 신청 발생 예상
중국내 생산 위축될 가능성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이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했던 포괄허가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다음달 2일 관보에 정식 게시되고, 이로부터 120일 후부터 실행된다.
앞서 이들 기업은 VEU 제도에 따라, 일일이 장비 반입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됐다.
VEU 제도란 미 상무부가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 지정된 품목을 수출해도 된다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이미 VEU 명단에 들어있어 장비 목록만 추가하면 공급에 문제가 없었다.
이번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내 생산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 때인 지난 2022년 10월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하면서도 일부 기업에 대해선 'VEU'로 지정해 해당 기업의 중국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추가 연장하면서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통제도 일부 풀어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포괄 허가'를 폐지해 이들 기업을 통한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유출 가능성만큼은 사전에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나왔다는 점으로 인해,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우회적 제스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보, 경제, 통상, 투자 등의 현안을 협의했지만,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 못했다.
우리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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