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일률 지정, 지방자치·지역특성과 어긋날 수 있어
부작용 방지할 시스템과 지방정부와의 소통 필요해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토지 가격의 급등을 방지하며 지역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최근 서울 강남을 비롯한 몇 개 구에서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투기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만 허용하고 주택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요건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며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거래 시 허가를 요구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에 관한 소유권, 지상권 이전 또는 설정 계약은 반드시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토지 면적 기준(주거지역 60㎡ 초과 등)에 따라 대상이 결정된다.

서울시에서는 토지거래허가 면적 기준이 특정 지역의 용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 있다. 주거지역의 경우 6㎡ 초과, 상업지역은 15㎡ 초과, 공업지역은 15㎡ 초과, 녹지지역은 20㎡ 초과, 용도지역의 지정이 없는 곳은 6㎡ 초과 시 무조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래규제가 매우 강화된 상태이다. 현행법상 국토의 계획적 관리가 필요하거나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도 지정 요건이 된다. 구체적으로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 투기성 거래 급증, 개발사업 예정지역 등이 지정 요건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정기적으로 갱신되며 특정 지역은 1년 단위로 재지정된다.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을 허가 없이 거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매매한 토지를 허가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취득가액의 10% 범위 내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렇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면 투기적 토지 매입을 제한해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고,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공공 목적에 부합하는 계획적 토지 이용을 촉진할 수 있다. 또 과열 우려 지역에 시장안정 기대감을 높일 수 있으며 개발이익의 사회 환원 가능성이 확대된다. 단점으로는 과도한 규제로 거래량이 감소해 지역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정당한 토지 이용이 제약될 수 있다. 이는 국민 재산권 제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규제 지역과 인근 지역 간의 가격, 거래량 변화,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지지구가 아닌 곳까지 국토교통부 장관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이 생기면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전국 단위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나 국가적 차원의 투기 억제가 필요한 경우 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로 지정에 소극적일 경우 중앙정부(국토교통부 장관)가 직접 개입해 투기 억제 효과를 강화할 수도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황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일률 지정은 지역 시장 상황과 맞지 않은 결정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이 과도해질 경우 지방자치의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 집중으로 중앙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시장 개입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권한이 확대되면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국적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주장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지정 절차나 기준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정부의 정책 신뢰성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만약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행사하려면 사전에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 간의 정책 주도권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토지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 투기 지표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서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지정 사유와 절차를 공개하고 시장참여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지정 기간과 범위를 유동적으로 조정해 과도한 규제를 방지해야 할 것이며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지정 효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필요시 즉시 해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