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대표 소재 ‘데님’ 복고풍 강세 속
실용성과 범용성으로 패션 트렌드 부상

아메리칸 이글, 갭 등 미국 기업 판매 호조,
헤지스, 질스튜어트뉴욕 등도 강세

바네사브루노 데님 컬렉션. (사진=LF)
바네사브루노 데님 컬렉션. (사진=LF)
낮 최고 기온이 크게 떨어져 18~21도입니다. 비가 오니 쌀쌀함이 더해졌습니다. 이맘때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 있죠. '기온별 옷차림'입니다. 환절기에는 바람막이, 카디건, 니트·맨투맨 등 소재가 두꺼운 옷을 추천합니다.

이 시기에 많이 찾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데님'이죠.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잘 어울린다는 장점과 복고 열풍이 맞물리며 가을겨울을 대표하는 패션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데님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세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힘이 있습니다. ‘데님’은 Y2K를 대표하는 소재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힙함’으로 다가가기 때문인데요.

실제 최근 아메리칸 이글과 갭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데님은 '트렌디하다'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아메리칸 이글, 갭 등 데님을 내세운 미국 주요 의류 브랜드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데님 판매 호조를 언급했습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배우 시드니 스위니와 함께한 광고 캠페인으로 6주 만에 400억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갭은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와의 데님 광고로 화제를 모으고 있고요.

미국의 타깃(Target)에서는 여성 데님 매출이 전년 대비 28% 늘었으며, 리바이스는 아예 ‘데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팬데믹 시기 각광받았던 애슬레저가 한풀 꺾인 자리, 데님이 다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죠.

LF몰에서는 8~9월 두 달간 데님 관련 검색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데님’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청’은 111%가 늘었으며, 특히 ‘데님 바지’와 ‘데님 재킷’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각각 184%, 65%가 급증했습니다. 예년보다 높아진 소비자 관심은 올가을 데님이 단순히 계절적 아이템을 넘어선 대세 트렌드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올가을 유행하는 데님 패션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진청, 스트레이트 핏, 청청 패션과 같은 클래식한 무드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동시에, 워싱, 컬러, 스터드 데님처럼 변주된 디테일의 데님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청바지가 대표적입니다. ‘플루이드 데님’ 소재를 활용해 일반 데님과 달리 부드러운 촉감과 흐르듯이 떨어지는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이자벨마랑은 플루이드 청바지 신규 스타일을 4개 추가했으며, 그 결과 8월부터 9월까지 해당 아이템 매출이 전년비 342%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바네사브루노는 데님 재킷인 ‘엥겔 재킷’을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복고풍을 프렌치 감성으로 재해석한 데님 컬렉션으로, 허리를 강조하는 슬림핏과 부드러운 라운드넥으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드러냅니다. 같은 톤의 청바지와 함께 감도 높은 ‘청청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패치 포켓 디자인과 골드 버튼으로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담았고요.

뉴욕 감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뉴욕에서는 데님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전년 대비 60% 확대했습니다. 기본 스트레이트 핏 데님 팬츠부터 큐롯 팬츠, 부츠컷 등 다양한 기장과 실루엣으로 청바지 라인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국내 브랜드도 같은 전략을 보입니다. LF가 전개하는 헤지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코닉 라인’에 데님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진청 컬러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슬림핏으로 구성했던 청바지 제품군을 슬림, 스트레이트, 릴렉스 핏으로 확대해서 구성했으며, 신축성이 우수한 ‘니트 라이크 자카드’ 원단의 청바지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성과도 좋습니다. 헤지스의 8~9월 청바지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습니다.

LF 관계자는 "데님은 올가을을 대표하는 패션 키워드를 넘어, 복고 열풍과 Y2K 감성,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적 흐름이 결합된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특유의 범용성과 시대적 공감대에 힘입어 복종의 경계 없이 패션 전반으로 확산하며 전방위적 대세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