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3600선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승장은 ‘반도체 쏠림’으로 인한 착시라는 지적이다.
10일 오전 11시 57분 기준 코스피 상승 종목은 241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은 658개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비(非)반도체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이 시각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 올랐고, SK하이닉스는 7% 상승했다. 두 종목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장중 한때 3,617.8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0.40% 급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65%) 등 다른 대형주는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이 짚은 하반기 주도주는 금융, 반도체, 지주회사다. 최근 이들을 엮어 ‘금반지’란 신조어도 생겼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지털플랫폼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테마에 이어 앞으로는 금반지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반반’이란 말도 나온다. 1위도 반도체, 3위도 반도체란 얘기다.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을 이끌 주도주를 묻자 반도체가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육성 정책까지 맞물리며 업황 개선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9월 한 달간 반도체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3분기 실적 시즌과 미국 기술 기업들의 호실적이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은 더 우호적인 환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HBM 신규 증설을 제외하면 범용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된 상태”라며 “메모리 수요가 AI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D램, GDDR7, LPDDR5X, eSSD 등으로 확대되면서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열기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반도체에서 시작된 공급 부족이 레거시 반도체로까지 번지면서 후공정 소부장 기업까지 온기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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