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로 충만해질지니…지니어스 법칙이란[서평]
지니어스 코드: 내 안에 숨은 잠재력을 깨우는 법
오잔 바롤 지음 | 엄성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때는 1930년대. 질리안 린은 어린 시절 ADHD라는 용어가 존재하기도 전부터 이 병이 의심되는 문제아였다. 하지만 의사는 린을 보고 자동적으로 약을 처방해주는 대신 직감을 따랐다. 라디오를 켜더니 린의 엄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음악이 흐르자 린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흥을 주체하지 못해 춤을 추며 온 방을 휘젓고 다녔다. 린이 춤추는 걸 지켜본 의사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저 아이에겐 아무 문제없어요. 타고난 무용수네요. 바로 무용 수업을 듣게 해줘야겠어요.”

그 의사의 처방으로 린의 삶은 하루아침에 뒤바뀌게 된다. 무용 학교에 도착했을 때 린은 자신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평생 무용수로 살게 된다. 그녀는 로열 발레단에서 무용을 하고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안무가가 된다.

“ADHD를 가진 내가 평생 무용수로 살아온 건 다 그 의사 선생님 덕이에요.”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은 의사의 말 한마디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관점과 고정된 생각을 바꿔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연습을 하도록 만든다. 바로 베스트셀러 ‘문샷(Think Like a Rocket Scientist)’을 통해 잘 알려진 로켓 과학자이자 변호사이며 로스쿨 교수를 역임한 혁신 전문가 오잔 바롤이 펴낸 독창적인 자기계발서 ‘지니어스 코드’를 통해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던 가치와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나만이 온전히 갖고 있는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감을 전하고자 쓰였다.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얼마나 비범한 존재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고. 세상에 널린 정보와 남들의 시선, 사회가 기대하는 행동 방식에 맞춰 눈에 띄지 않는 안전한 길만을 택하면서 자기의 삶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그렇다면 내면의 숨은 잠재력을 깨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의 사례와 조언을 토대로 이미 규정된 자기 확신이나 선입견의 틀에 갇히지 않고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법, 잠재된 나 자신만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법을 여러 시각에서 알려준다. 생각이 아니라 몸이 시키는 대로 하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봐라, 때론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둬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실수를 오픈하라, 의도적으로 미루기를 하라, 편안함보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라, 일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환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사점들을 던진다.

문·이과를 넘나들며 자신의 삶을 통해 다방면의 직업적 혁신을 몸소 증명해낸 저자의 경험담도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직업을 바꿔나갔던 과정을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낡은 껍질을 벗고 탈피하는 뱀, 애벌레가 성충판을 거쳐 나비가 되는 그 탈바꿈에 비유한다. 우리들 개개인은 다 알라딘이며 우리의 지니, 즉 내 안의 천재성은 특별한 소수만 가진 특권이 아니라 잘못된 고정관념과 환경을 점검하고 변화하고자 할 때 깨어나는 것이라는 희망도 선사한다.

세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빨리 진화한다. 오늘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내일이면 무용지물이 된다. 유망해 보이던 신제품이 실패하고, 안정되어 보이던 일자리가 사라지며, 잘나가던 기업들이 무너지기도 한다. 예전의 장점은 새로운 단점이 되고 예전의 단점은 새로운 장점이 된다. 삶에 있어 정답이란 없다. 그러니 스스로를 한정 짓거나 가두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자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찾아 바꿔가야 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되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드러낼 때 새로운 가능성들이 보이고 진짜 ‘본연의 나’로서 충만한 세계가 열릴 것이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본심을 숨긴 채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보라색이 아닌 파란색이라고 말해왔던 저자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다’던 아내를 만났듯, 자신의 진가는 그렇게 발견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법칙을 배워보자.

이혜영 한경매거진&북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