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론은 잊을 만하면 되살아났고, 통화정책은 기대와 어긋났으며, 정치적 변수는 글로벌 시장의 방향성을 읽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얽혔다. 모든 자산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이클 속에서 요동쳤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 한 해였다. 2026년 판이 달라진다
2025년 증시를 수차례 끌어내린 ‘AI 버블론’은 2026년에 접어들며 실체가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2026 세계대전망’은 “AI의 진짜 영향력은 2026년에 비로소 명확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호황을 이끌 동력인지, 금융 붕괴의 불씨인지, 혹은 사회적 반발로 이어질 위험인지 그 방향이 드러나는 해라는 의미다.
과열과 조정이 반복되던 흐름은 점차 정리를 거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확연히 갈리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선도 기업 중심의 선택적 랠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AI를 도입하는 비율과 AI 도입에 따른 성공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표들이 좋아지면 엄청난 금융 호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영국은행(BoE)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으로 AI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주식은 미국 S&P500 편입 기업 시가총액의 44%를 차지했다. 이 기업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에 달한다. 전체 지수 평균 PER인 19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음은 금리. 2025년 시장의 불확실성 중 하나는 금리인하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충돌이었다. 2026년은 다르다. 5월 파월 의장의 임기가 종료되면 새로운 Fed 의장이 취임한다. 새 의장의 철학, 정파색 등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경로는 훨씬 명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명확함이 곧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의장 후보 5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잠재적 Fed 의장”이라며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백악관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Fed의 정치화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중앙은행의 ‘장기적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정치화가 자칫 ‘금융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를 뒤흔든 정치 일정 역시 2026년에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강화될지, 견제 구도가 굳어질지가 결정되는 해다. 여당이 승리하면 ‘코스피 5000’을 향한 구조개혁·밸류업 정책은 더 강한 동력을 받게 된다.
미국도 11월 중간선거를 치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2년 정책에 대한 민심의 중간 평가가 내려지는 시점이다. 각국 정상들이 표심 확보를 위해 펼칠 재정·산업정책은 자본시장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증시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원유 정책이 그렇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국제시장에는 원유 공급이 과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제로 강력한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은 만성적이 됐고 각 주체들은 이를 상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6년은 적응의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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