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의약품 생산 플랜트 내 제제연구소/한미약품
한미약품 의약품 생산 플랜트 내 제제연구소/한미약품
한국 기업이 개발한 비만 치료제가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또 해외 제약사의 먹는 비만 치료제, 고용량 비만 치료제 출시가 예상된다.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내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임상 3상 중간 톱라인 결과 최대 30% 체중 감량 효과와 양호한 안정성을 보여줬다. 톱라인 결과는 최종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 먼저 공개하는 일부 핵심 지표를 말한다.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7일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5일 밝혔다.

GIFT는 국내 혁신 의료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9월부터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의학적 개선 가능성이 현저한 혁신 의약품에 대해 신속 심사를 지원해 시장 출시를 앞당기는 제도다.

GIFT 대상으로 지정되는 품목은 기존 치료법이 부재하거나 유효성을 현저히 개선한 경우, 안정성을 개선한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인 경우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 중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해당해 GIFT로 지정됐다.

GIFT 지정이 되면 전담 심사팀이 배정되고,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가 진행된다. 일반 심사 대비 약 25% 단축된 일정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우, 3상 핵심 치료기간 톱라인인 투약 40주차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최대 30%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기존 GLP-1 제제 대비 낮거나 경미한 위장관 이상 사례 발현 비율을 보였다. 양호한 안정성이 확인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추가로 24주 연장 연구를 진행 중이며, 총 64주간 장기 투여 시 체중 감소 효과의 지속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번 40주 투약까지의 안정성 및 유효성 결과를 토대로 연내 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식약처로부터 신속검사 품목으로 선정돼 조기 허가 가능성까지 확보된 만큼 ‘국민 비만약’으로서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연내 허가신청 목표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해 내년 하반기에는 한미의 비만신약을 하루빨리 만나보실 수 있도록 전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외에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4중 작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케어젠은 GLP-1 기반 먹는 체중 감량 펩타이드 ‘코글루타이드’의 긍정적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기업들도 새로운 버전의 비만 치료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포론’은 내년에 미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오포글리포론 허가를 신청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FDA 신속 승인 제도를 거치면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일라이 릴리 측은 "이미 충분한 수량을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한국에도 빠르게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마운자로의 고용량 제품인 12.5mg, 15mg도 내년 상반기 내 한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위고비’로 알려진 노보 노디스크는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경구형 ‘세마글루타이드 25mg’의 허가를 FDA에 신청했다. 이는 GLP-1 비만 치료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던 것에서 용량을 높인 제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처음으로 비만 치료제로서 GLP-1 사용 지침을 제시하고 장기 치료의 일부로 이를 조건부 권장했다.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정했고, GLP-1 의약품이 글로벌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가 각국 공공의료 체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현의 기자 baehyeonu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