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 '클럽YP' 전용 VIP 라운지 'YP하우스'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클럽YP' 전용 VIP 라운지 'YP하우스' / 현대백화점
“올해 300만원만 채우면 VIP됩니다. 제 카드로 결제해주시면 즉시 현금 드립니다”, “샤넬·루이비통 500만~1000만원 대리결제 구함. 수수료 5% 드립니다” 최근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에 올라오는 게시물이다. 백화점 VIP가 되기 위해 구매 실적이 거래되고 있다.

백화점 VIP들은 등급에 따라 명품 선구매 및 사전 예약, 전용 라운지, 발레파킹, 전담 MD 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다. 명품 소비층 사이에서 “백화점 VIP가 아니면 원하는 제품을 사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연말이 되면 VIP 실적 채우기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2025년 12월 기준 백화점 3사의 VIP 등급 기준은 다음과 같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를 최상위 999명에게만 부여한다. 그 다음 등급인 ‘블랙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연간 1억2000만원 이상 소비해야 한다. 가장 낮은 등급인 레드는 연간 500만원어치를 구매해야 선정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인 ‘자스민 블랙’이 되려면 연간 적립 금액이 1억5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고객들 중 추가 자체 기준으로 선정되는 새로운 최상위 VIP 등급도 내년 2월 만들어진다. 가장 낮은 등급인 ‘그린’의 선정 기준은 연간 적립 금액 500만원 이상이다. 또 45세 이하 (2025년 기준 1980년생) 고객들을 위한 '클럽 YP' 등급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선정 기준은 연간 적립 금액 3천만원 이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최상위 777명의 고객을 ‘에비뉴엘 블랙’ 등급으로 선정한다. 그 다음 등급인 ‘에비뉴엘 에메랄드’의 기준은 연간 구매금액 1억2000만원 이상이다. 가장 낮은 등급인 '에비뉴엘 그린'의 선정기준은 연간 적립 금액 1000만원 이상이다.

신용카드를 빌려 받은 이들은 명품을 산 후 구매액의 5~6%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적 거래는 명백히 백화점 약관 위반이다. 백화점 VIP 실적은 ‘본인 명의 카드로 본인이 구매한 금액’만 인정된다. 타인에게 결제를 맡기면 실적 조작이므로 VIP 박탈부터 라운지 이용 제한, 혜택 환수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실적 거래는 백화점을 속여 VIP 혜택을 취득한 것이어서 VIP박탈은 물론, 백화점 내 블랙리스트 명단에도 오르게 된다”며 “이 같은 실적 거래가 사기 위험이나 금융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높아 모니터링을 엄격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사기 위험도 우려된다. 카드를 받은 사람은 선입금을 받고 잠적을 할 수도 있다. 결제 금액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타인의 카드를 대신 사용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부정사용’으로 분류된다. 카드 명의를 빌려주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다.

백화점들은 VIP 선정을 앞둔 연말이 다가오면 관련 감시를 강화한다. 대리결제 의심 계정이나 비정상적 구매 패턴을 집중 모니터링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대량 결제 후 빠른 반품이나 특정 브랜드 반복 구매 등은 실적 거래로 의심해 조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매자와 실적을 적립하려는 이들 간 개인 거래 형태다보니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