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세상]

여름이 가고 찬 바람이 불 때면 본능적으로 ‘입시철’임이 실감난다. 수험생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면 부모는 성적표만큼이나 학교생활기록부가 걱정스럽다. 2026학년도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모든 대입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학폭 처분으로 대학에 떨어지느니, 사건을 최대한 늦추고 성인이 된 뒤 형사처벌을 받는 편이 낫지 않을까. 벌금 몇백만원으로 끝날 수 있다면 부모로서는 솔깃할 법하다. 일단 입시만 넘기고, 나머지는 그때 가서 감당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경찰 조사나 형사재판을 늦춘다고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심의까지 멈추지는 않는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학폭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을 받는 것으로 학폭 조치를 대신할 수도 없다. 이미 내려진 조치에 불복하더라도 집행정지 결정이 없다면 처분의 효력은 유지된다.

입시에서는 지원 대학의 모집요강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려대의 2027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은 학생부 기준일 이후 추가되거나 변경된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기준일 이전에 발생한 조치사항이 뒤늦게 확인되면 심의를 거쳐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언제 조치를 받았는지와 그 조치가 언제 확인됐는지를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형사사건에서는 자녀의 만 19세 생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소년법상 소년은 만 19세 미만이다. 범행 당시 만 18세였어도 보호처분을 결정할 때 만 19세라면 소년보호처분을 받을 수 없다. 고등학교 졸업일만 생각하고 사건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소년보호처분에는 수강명령과 보호관찰 등이 있다. 형벌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소년원 송치처럼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도 있어, 소년부에 송치됐다고 가벼운 처분을 예상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비행의 정도와 피해회복 여부, 가정환경 등을 살펴 처분을 정한다. 보호관찰 등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건을 입시 때문에 늦추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성인이 된 뒤 벌금만 내면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섣부르다. 죄명과 피해 정도, 합의 여부에 따라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초범이고 범행 당시 학생이었다고 해서 벌금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범죄경력자료에 남는다.

자녀에게 소년보호처분을 기대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진학 계획을 조정하더라도 형사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벌써부터 재수를 하라니. 입시를 앞둔 학생과 부모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다. 그래도 입시를 넘기는 데만 매달리다가 보호처분을 받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피해회복과 재발방지 자료를 갖춰 선처를 구하면서, 지원 대학이나 진학 시기를 다시 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해당 학폭 조치의 기록 삭제 시점과 대학별 반영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삼수를 하고 정시로 지원하면 학생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익히 알려진 전략도 학폭 기록에 대해서만큼은 대학별로, 전형별로 다를 수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할 일이다.

원희영 법무법인 YK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