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정미 대학생 기자] 새해 그리고 새학기를 맞아 작성하는 올해의 목표에 반드시 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최근 tvN ‘책 읽어 드립니다’와 같은 독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가지각색의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의 독서는 어떨까. 여기 각기 다른 학교, 전공, 나이의 대학생들이 독서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모여 매주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곳이 있다. 올해로 55주년을 맞은 대학연합 독서토론동아리 ‘사암’에서 열심히 책 읽고 토론하는 5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부원들. 왼쪽부터 홍현호(학술부장/단국대 심리치료), 송다민(한예종 영화과),

박연지(부회장/고려대 바이오), 허재원(회장/단국대 공공정책), 이윤선(중앙대 간호학)

독서토론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허재원: 각자 토론하고 싶은 책을 가지고 와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를 커리 선정 보고서라고 하는데요, 이 보고서를 가지고 모여서 커리 선정자 모임을 통해 각자의 보고서를 평가하고 질의응답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어떤 책을 읽고 토론할지를 결정합니다.


책의 장르는 제한 없이 개인의 자유입니다. 주로 문학과 비문학 작품을 많이 읽지만, 철학서나 예술서 같은 색다른 장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난 학기 때는 군사학 서적을 가지고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고를 때 평가하는 주요 기준은 분량의 적절성과 토론 적합성입니다. 매주 수요일에 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토론주제를 정해 토요일에 본격적으로 토론을 진행합니다.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사회자 모임, 사암 매거진(위쪽부터).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이 있나요

허재원: 역사가 오래 된 동아리라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정기적인 행사로는 창립기념일, 체육대회, 100번째 모임마다 진행되는 100회 미팅이 있습니다. 이외에 비정기적으로 선배들을 초청하여 스터디, 세미나 그리고 렉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세 활동은 모두 선배들이 각자의 전문분야 혹은 자유주제로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 강연과 상담을 해주시는 자리입니다. 최근 세미나에서는 언론사에 종사한 분을 모시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고, 렉처에서는 금융을 주제로 대학생들에게 좋은 금융상품이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입생의 토론을 지도하는 사회자 트레이닝이 있습니다. 활동 이외에 매주마다 주보, 매 학기마다 매거진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50년간이나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요

허재원: 55년동안 사암이 이어진 이유는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졸업하신 선배님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사암의 흔들리지 않는 주요한 아이덴티티인 아카데미즘(학술적이고 사회에서 시사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과 맴버십(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정기적 교류를 하는),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계속 가집니다. 토론과 사암의 정체성에 대해서 졸업생과 재학생 모두가 고민하고 해답을 찾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사암 헌법 중 일부.(사진출처=사암홈페이지)

사암은 과거 출범 당시 시사토론 동아리로 시작하였으나 이후 영어토론 동아리로 전환되었고 다시 독서토론동아리로 전환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동아리의 근간인 사암 헌법은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만 바꿀 수 있는데, 지금까지 10차에 걸쳐 헌법이 개헌되었다. 허재원 회장인 이것이 55년의 세월동안 동아리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책과 글이 좋아서 또는 책을 꾸준히 읽고 싶어 시작한 활동이 관련 분야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허재원 회장은 “졸업하신 선배들 중에 책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이 많아서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라 전했다. 이외에 대학교수, 국회의원, 병원장,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덧붙였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독서인데, 굳이 독서토론동아리에 가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허재원: 꾸준히 책을 읽고 싶었고 단순히 내가 읽고 느낀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고 그러한 것을 공유하게 되면 보다 열린 사고를 하고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교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연지: 이공계 전공으로 과 특성상 토론, 팀플, 발표할 기회 없었습니다. 다수 앞에서 내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없음에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동아리를 찾던 중 사암을 알게 되었습니다. 50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생각했고, 책을 가려서 읽는 습관이 있어서 동아리를 통해 억지로라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홍현호: 혼자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점점 지루해졌습니다. 평소 학술적인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하기는 힘든 주제라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송다민: 그냥 토론을 하는 것보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평소 여러 주제에 관심이 있는데 혼자서만 생각하면 고이기 때문에 이걸 열정적으로 함께 나눠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윤선: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흥미는 있었습니다. 대학에 진학 후 사회경험을 하면서 말하는 기술, 소통하는 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앞으로의 진로나 취업에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고 어떻게 토론을 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에 신뢰가 갔습니다.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

△ 창립기념일.



독서토론동아리 활동으로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허재원: 확실히 독서량이 늘어나고 꾸준히 읽게 됩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잘 몰랐던 분야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지식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장직을 맡아 소명의식이나 책임감도 발전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박연지: 가장 크게 얻은 점은 접해보지 못했던 철학책을 읽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철학책은 혼자서는 끝까지 읽기가 힘든데, 책을 읽지 않으면 토론을 할 수 없으니 억지로라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기분 좋은 변화로 다가왔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내가 생각보다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토론을 하면 상대측 의견에 흔들릴 때가 많은데, 그만큼 좋은 이야기가 많고 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홍현호: 첫 토론에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내 말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이걸 잘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1년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예전에 비해선 발전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내 주장이 반박을 당해도 그런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었습니다.

송다민: 안 읽던 책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내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상상도 못한 이야기나 저런 식으로 반박하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많이 배웁니다.

이윤선: 독서와 대화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독서를 전제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깊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만나는 횟수에 비해 더 빨리 서로에 대해 알게 됩니다. 믿음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우리 삶에서 필수는 아니다.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활동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매번 목표로 세웠던 독서가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독서동아리의 힘을 빌려보는 건 어떨까. 독서습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tuxi0123@hankyung.com

대학생 독서토론의 시작과 끝… 50년 전통 독서토론동아리 ‘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