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김해인 대학생 기자] 모든 것이 넘쳐나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재, 부족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일주일 동안 진행될 ‘없이 살기’ 도전기. 그 처음의 시작은 설탕이다. 당뇨가 두렵다면? 당 NO!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①] 설탕없이 살아봤습니다 : 나’당’ 전쟁


<대학생 김해인 씨의 하루 세끼>

아침: 딸바(딸기바나나) 주스 (당 37g=각설탕 12개)

점심: 현미밥+돼지갈비 1.5인분+ 고구마 샐러드+ 쌈 채소 (당 20g=각설탕 7개)

간식: 달고나 커피+마카롱 2개 (당 30g=각설탕 10개)

저녁: 닭강정+사이다 (당 20g=각설탕 7개)

야식: 비틀즈 (당 36g=각설탕 12개)


※ 총 설탕 섭취량: 약 140g (각설탕 48개 섭취)


혼자 사는 사람들의 보통 식사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아침은 과일주스로 때우고 간식으로는

캐러멜을 즐겨 먹는다. 칼로리가 그다지 높지 않아 안심하고 먹었는데 뭐가 문제일까. WHO에서 권장한 성인 기준, 당 섭취량은 하루에 50g이다. 지금까지 권장 섭취량의 2~3배나 많은 양을 섭취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성인 평균 섭취량이 100g인 걸 감안하면 딱히 놀라울 일도 아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탕 중독 자가 진단표를 준비했다.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①] 설탕없이 살아봤습니다 : 나’당’ 전쟁

하나 빼고 모두 해당하는 항목. 심각한 중독 수준이다. 설탕의 노예가 된듯하다. 밥 없인 살아도 빵, 과자 없인 못 사는 설탕의 노예, 과연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일주일 동안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 아침은 과일, 점심, 저녁, 간식은 모두 외식 메뉴로 결정했다. 밥해 먹기 귀찮은 자취생들, 직장인들 설탕없이 살기 과연 가능할 것인가)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①] 설탕없이 살아봤습니다 : 나’당’ 전쟁

1일 차 목표: 설탕 50g 섭취

1일 차는 권장 섭취량인 50g의 설탕을 허용했다. 식사를 통한 설탕 섭취는 약 20g 정도. 성공의 기미가 보인다. 문제는 간식이었다. 고작 174kacl라서 안심하고 먹었던 아이셔의 설탕 함유량은 무려 35g이었다. 칼로리만 보고 안심했는데 뒤통수 맞았다. 이날의 총 설탕 섭취량은 55g.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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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목표: 설탕 40g 섭취

오늘만큼은 간식을 자제해보려 했으나 자칭 과자 ‘처돌이’. 인터넷에서 핫한 신상 과자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신없이 먹다가 영양 성분을 확인하니 당이 17g이 들어있었다. 어쩐지 너무 맛있더라. 간식으로 하루 목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먹은 후 저녁은 선택의 여지 없이 샐러드였다. 양심상 드레싱은 ‘찍먹’.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①] 설탕없이 살아봤습니다 : 나’당’ 전쟁

3일 차: 설탕 30g 섭취

이날은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었다. 평소 좋아하는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제품의 설탕 함유량은 약 35g. 아침, 점심, 저녁을 풀만 먹는다고 해도 권장량 초과다. 어느 가게, 카페를 가봐도 설탕 없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없었다. 꿩 대신 닭으로 집에서 바나나를 얼린 뒤 무가당 요거트와 섞어 먹었다. 샤베트 질감이 되면서 나름 아이스크림 비슷한 기분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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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 설탕 20g 섭취

이날은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었다. 평소라면 크런키 초콜릿을 통으로 사서 먹었겠지만 이번엔 참고 작은 초콜릿을 샀다. 손톱보다 작은 초콜릿 하나를 손에 올려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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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차: 설탕 10g 섭취

샌드위치 가게를 가면 늘 시키는 소스, 랜치 소스와 스위트 칠리를 뒤로하고 후추와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 음료는 고민할 여지없이 제로 콜라. 계산대 옆에 있는 마카다미아 쿠키가 눈에 아른거렸다. 후식으론 공차를 먹었는데 당도를 설정할 수 있어 나에게 한 줄기 빛이다. 그리고 저녁으로 가공햄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소량이지만 햄에도 설탕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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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차: 설탕 0g 섭취

드디어 설탕 0g에 도전하는 날. 이날의 저녁은 삼겹살로 설탕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음식이다. 그런데 쌈장, 쌈무, 김치 없이 먹으려니 허전했지만 구운 마늘과 먹으니 또 괜찮았다. 카페는 지금이 한창 딸기 철이라 딸기 라떼를 많이들 파는데 설탕 없이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만들어 먹는데 카페에서 얼마나 설탕을 많이 넣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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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차: 설탕 0g으로 크림빵도 가능할까. 술자리는?

설탕은 포기해도 곧 죽어도 간식은 포기가 안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빵.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맛있을까. 비건 베이커리로 유명한 빵집에서 흑임자 크림 빵을 먹었는데 시중 빵과 다르지 않아 놀랐다. 저녁엔 친구와 술 약속이 있었는데 마른안주를 주문했다. 이때 술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 취하면 이성을 잃고 단 음식을 마구 먹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느낀 점

체험이 끝나면 살이 빠져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짧은 기간 탓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잘 챙겨 먹은 탓일 수도 있다. 사실 나’당’ 전쟁의 목적은 체중 감량을 통한 몸매 성형이 아닌, 순한 혀를 만드는 입맛 성형이다. 비록 극적인 다이어트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초콜릿만큼 바나나가 달다는 사실을, 고구마 케이크보다 군고구마가 더 감칠맛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신 이번 도전을 통해 음식의 영양성분을 살피는 건강한 습관이 생겼다. 지금까지 상품 앞면의 칼로리만 봤는데 더 중요한 것은 뒤에 있은 트랜스 지방과 당류였다. 낮은 칼로리가 낮은 당류와 건강을 보장하진 않는다.


한편 몸의 변화도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눈이 팅팅 붓지 않고 몸이 무겁지도 않다. 한 마디로 개운하다. 또 음료수와 초콜릿으로 입 안이 항상 끈적끈적하고 텁텁했는데, 이제는 담백해진 입 안이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건강한 습관과 건강한 몸을 얻었다면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건강하고 즐겁다면 나는 건강하고 즐거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모두 함께 즐거운 전쟁을 시작해보길 바란다. 2020년, 21세기 나’당’ 전쟁을!

tuxi0123@hankyung.com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①] 설탕없이 살아봤습니다 : 나’당’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