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권혁중 대학생 기자] ‘대나무숲’은 대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공간으로, 가족, 친구, 애인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들을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면 불특정 다수가 고민을 같이 해결해주기도 한다.


요즘과 같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대학생들의 소중한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사연을 받는 ‘대나무숲지기’들은 고민이 없을까. 대나무숲을 관리하느라 정작 대나무숲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건국대 대나무숲을 관리하는 익명의 대숲지기들을 만나봤다.

건국대 대숲지기는 누구?

건국대 대숲지기 업무는 크게 ‘사연 업로드메시지 답장으로 나뉜다. 현재 9명은 사연함에 들어온 사연을 업로드하고, 1명은 대숲 메시지를 관리한다. 대숲지기 안에는 다시 이들을 총관리하는 총관이 있고 총관의 주재로 매주 한 번씩 대숲지기들은 회의도 연다. 회의 안건은 사연 필터링 방안, 이벤트 계획 등 다양하다.


익명제로 운영하는 대나무숲 특성상, 이들 대숲지기 역시 실명 대신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활동명으로 ‘-오리’ 돌림자(?)를 사용하고 있다. 건대 캠퍼스 안에 있는 대형 호수인 일감호’에 사는 오리 ‘건덕이’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대숲지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꽁보오리: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한다는 점과 학교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진 집단에서 학우들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게 됐다.


암소쏘오리: 원래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겼다. 무엇보다 자신의 대학생활의 낙이라 할 수 있는 곳을 직접 관리하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보였다. 대숲지기 모집만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지원했다.


히스토오리: 대학 입학 전부터 대숲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신입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충동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그리고 열심히 지원서도 쓰고 면접도 보니 합격해서 벌써 2년째 활동 중이다.


대숲지기로서 대나무숲을 이용해보고 싶었던 적이 있나

꽁보오리: 학기 초 동아리나 과 톡방 등의 안내를 볼 때, 축제나 다양한 행사의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을 때 이용하고 싶었다. 익명으로 의견을 보이고 싶을 때도 많다.


암소쏘오리: 가끔씩 힘들어하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히스토오리: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규정상 분실물을 올릴 수 없으나 대숲지기 권한으로 올려버리고 싶었다.


대숲지기로서 가장 뿌듯할 때가 있다면

돌덩오리: 업로드한 게시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 가장 뿌듯하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댓글로 공유하고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페이지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상순이효오리: 수고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칭찬은 대숲을 춤추게 하지요오~ 학우들이 재밌는 댓글이나 열띤 토론으로 줄지어 댓글을 달아줄 때 뿌듯하다.


일감호오리: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을 올렸을 때나 혹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글을 올리고 공론화 됐을 때 뿌듯하다.


반대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암소쏘오리: 아무래도 사연을 거르는 일인 필터링이 가장 어렵다. 사회문제나 청년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올려주는 분들이 많은데 가끔씩 너무 과격한 글이나 언행들이 섞여 있을 때 걸러내기가 힘들다.


히스토오리: 사연을 사전에 예약해 올리는데 가끔 바빠서 예약하는 것을 잊을 때가 있었다. 현재문의 메시지에 응대하는데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매크로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게 조금 힘들다. 가끔 술을 마시고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유형의 사연을 가장 많이 받나

회오리: 사회 이슈에 대한 사연이 많고 그 외에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다 보니 짝사랑, 연애,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꽃길이오리: 연애글이나 새내기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많다.


말린가오리: 그때그때 다르다. 축제 후에는 사람을 찾는 글, 분실물 관련 글이 많고 봄이나 가을은 확실히 연애관련 글이 많이 올라온다.


건국대 대숲지기는 누구?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

회오리: 2017년에 오티 취소를 불러왔던 상경대 성추행 관련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획단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전대숲지기에게 사실 확인을 부탁한 저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분께 2차 피해가 가해져 많이 후회하고 있다.


말린가오리: '냥냥송'동영상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 내용도 없고 영상에 나오는 춤이 멋진것도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독적인 멜로디로 건대숲 이용자들을 하나로 모아준 굉장한 사연이었다. 대숲지기로 있는 동안 또 냥냥송 같은 동영상 사연이 제보되었으면 좋겠다. 요즘같이 딱히 기분 좋을 일 없는 때에 저런 영상을 통해서라도 대숲이용자들이 웃었으면 한다.


대숲지기가 생각하는 대나무숲의 역할은 무엇인가

돌덩오리: 어떠한 사연이든 중간 위치에서 전달받는 사연들을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사연들을 제보 받았을 때, 중립의 위치에서 최대한 사실만을 전달해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연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순이효오리: 익명성을 긍정적으로 이용하여, 학우들이 터놓고 사연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 아무래도 페이스북을 공개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다른 학교 학생들도 가끔 댓글로 의견을 공유하는데 진지한 고민거리에 대해 함께 생각해주고 조언해주는 것이 사연자에게는 꽤나 큰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졸업생과 재학생 교수님까지 참여할 수 있는 페이지라는 것이 꽤나 큰 소통의 장을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국대 대숲지기는 누구?

대숲지기로서 가장 하고 싶은 말

돌덩오리: 숲지기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대나무숲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연들을 접했고, 바로 옆에서 강의를 들었을지도 모를 학우들의 여러 생각들을 느낄 수 있었다. 대나무숲은 앞으로도 학우분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고자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대나무숲 많이 사랑해 달라.


이상순이효오리: 여러분이 대숲을 자주 찾아주시고 댓글과 좋아요로 표현을 해주시는 만큼 대나무숲은 울창해진다. 아무도 모르니까 고민하지 말고 포효해 달라. 임금님 귀ㅣ이ㅣ이ㅣ는 건덕이 귀ㅣ이이이 아 맞다 오리는 귀가 없지.(웃음)


tuxi0123@hankyung.com

건국대 대숲지기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