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중)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더러운 대학가 원룸촌 속 ‘집하장 지킴이’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



[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전동현 대학생 기자] 춘천의 한 대학가 원룸촌,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산더미 채 쌓여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 종량제 봉투 사용과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시청의 안내문이 버젓이 붙어있지만 이를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의 지저분한 모습과 고약한 냄새는 인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김남규(24) 씨는 “집에 가려면 항상 쓰레기가 쌓인 이곳을 지나쳐야 하는데, 악취가 심해 서둘러 지나갔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춘천시는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 정착과 쓰레기 감량을 위해 2017년부터 ‘집하장 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다. 집하장 지킴이는 시청 자원순환과에 소속돼 집하장 청소, 정리 등의 관리와 불법 쓰레기 투기를 계도, 감시하는 일을 한다. 올해는 원룸촌과 같이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활동 중이다.


많은 학생이 살고 있지만, 마땅한 배출 장소가 없어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던 이곳에도 올해부터 집하장 지킴이가 배치됐다. 늦은 저녁까지 홀로 쓰레기와 고군분투하는 집하장 지킴이 김금자(가명, 56)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수정 중)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더러운 대학가 원룸촌 속 ‘집하장 지킴이’

분리 작업 중인 ‘집하장 지킴이’ 김금자(가명, 56) 씨.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평소 우리 집 앞 쓰레기를 자주 치웠다. 이를 본 동사무소 직원의 권유로 올해부터 지킴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깔끔한 성격으로 정리 정돈이 적성에 맞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어 지원하게 됐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오후 6시 30분에 출근해 9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담당 집하장을 관리한다. 주로 온갖 쓰레기와 음식물이 뒤엉킨 봉투를 열어, 음식물과 쓰레기를 구분하고 종량제 봉투에 다시 담는 일을 한다. 쓰레기에 음식물이 묻으면 재활용이 안 되는데, 이를 보면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힘든 점은

‘벌레’와 ‘화장실’이다. 특히 여름에는 모기나 다른 벌레들이 달려들어 작업을 어렵게 한다. 또 근처에 상가가 없어 화장실 이용이 힘들다. 3시간 동안 참으며 일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수정 중)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더러운 대학가 원룸촌 속 ‘집하장 지킴이’

작업 전과 후. 눈에 띄게 깔끔해진 모습이다.



일하면서 뿌듯할 때는

작업 후 말끔해진 모습을 보면 내 집이 아닌데도 뿌듯하다. 가끔 학생들이 고생한다며 음료수 등을 전해줄 때 그때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중 가장 보람된 순간은 분리수거를 잘해오지 않은 학생들이 내 당부를 듣고 잘해올 때다.”


이 일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말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쓰레기가 학생들이 버린 배달 쓰레기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질 청년들이 자기 집 앞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업과 살림에 지친 학생들에게 분리수거는 마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에겐 더욱 고된 일이 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김 씨의 근무지 근처에 사는 대학생 정상민(24) 씨는 “평소에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렸는데, 내가 버린 쓰레기를 지킴이 분이 정리하는 모습을 본 뒤로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모든 근무지에 화장실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벌레 문제의 경우 해충기피제 등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in503@hankyung.com

[사진=전동현 대학생 기자]

(수정 중)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더러운 대학가 원룸촌 속 ‘집하장 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