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채용 갑질 논란…제출 일자 11월 20일로 수정해 재공고

△국민은행 채용 홈페이지.

[한경 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KB국민은행의 올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논란이 가중되자 국민은행 측은 하루 만에 공고를 수정했다. 1차 서류전형을 위해 24시간짜리 교육을 듣고, 은행 앱 비교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한 것에 대해 지원자들이 ‘채용 갑질’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까닭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2020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공고를 냈다. 모집 부문은 ‘UB(Universial Banker, 전문자격 포함)’, ‘IT(정보기술)’, ‘디지털’이며, 전형 절차는 ‘서류전형, 필기전형, 1·2차 면접전형, 건강검진’ 순이다. 취업준비생 및 지원자들의 논란이 된 부분은 '서류 전형'에 올해 처음 추가된 '디지털 사전 과제'다.


과제는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이라 가정하고, ‘KB국민은행 핵심 디지털금융 서비스 3가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등 KB국민은행 모바일 금융 어플 3개 중 하나를 직접 사용한 뒤, 경쟁사 어플과 비교하는 내용을 3~5페이지로 써 내야 한다. 국민은행은 해당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면접 PT 전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국민은행은 또 지원자들에게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 24시간을 이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루에 8시간씩 꼬박 들어도 3일이 걸리는 셈이다.


KB국민은행 채용 갑질 논란…제출 일자 11월 20일로 수정해 재공고

△국민은행 하반기 신입 행원 서류전형 '디지털 사전 과제' 세부사항.



국민은행은 또 지원자들에게 3가지 세부사항을 추가로 요구했다. ‘국민은행 모바일 어플과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 앱을 직접 사용하고 비교’하고, ‘Google play store/App Store 앱의 리뷰’를 참고하고, ‘언론기사 검색’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최근 정부에서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우리의 주력 디지털금융 서비스들에 대한 현황 진단 및 개선방향을 도출하고자 한다”고 출제의도를 전했다.

국민은행의 과제에 대해 공고 다음날인 23일,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한 익명의 누리꾼은 "은준생들, 국민 계좌 해지하면서 불매운동하는 걸 봐야 정신차린다"며 조롱섞인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200자 정도 사용기를 적어내라는 것도 아니고, 앱 비교 분석 보고서를 써내라니 문과생은 오지말라는 소리 아니냐"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국민은행은 24일 사과와 더불어 수정공고를 냈다. 은행측은 “KB국민은행에 지원하는 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1차면접 대상자에 한하여 11월20일까지 디지털 과제제출과 디지털 연수를 진행하도록 변경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서류전형 지원자 전원에게 요구했던 과제를 서류전형 통과자부터 받겠다고 공고를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수정된 공고를 본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취업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다른 은행권도 이번 국은 채용 프로세스 닮아가면 어떡하냐”, “정식 직원도 아닌 취업준비생에게 경쟁사 비교보고서를 제출하라니 아이디어 갈취다”라는 등의 의견을 냈다.

jyr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