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어느덧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 졌다. 이럴 때면 슬금슬금 책 읽고 싶은 열망이 싹튼다. 시간이 여유로운 등하굣길에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공원에서 혹은 감성이 돋아나는 잠자기 전에….


글 대학생 기자 이정수 (한국외대 4)



집중력 떨어지는 등하굣길에는 에피소드, 시


▶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곶 카페’라는 찻집의 봄-여름-가을-겨울과 해가 바뀐 봄, 여름을 이야기로 담은 소설이다. 각 계절 별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짧게 읽기 좋다. 각 에피소드는 우리의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희망을 잃는 이에게 용기를 주는 꿈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가슴 따뜻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등하굣길에 읽고 있으면 힘을 얻는 기분이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제페토 )

‘제패토’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누리꾼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소외된 이들의 기사 댓글에 시 형식의 글들 기재해 올린 글들을 엮은 시집이다. ‘제패토’는 사소함의 가치를 담담한 어투로 시를 통해 전달한다.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단번에 없애고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그의 시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기만 하는 우리의 등하굣길에 경종을 울려준다.


캠퍼스˙공원에서는 에세이 만화책

▶그녀가 말했다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밤삼킨별)

일상적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일일 코너에서 소개 됐던 이야기들을 모아 에세이로 냈다. 우리가 스쳐지나가기 쉬운 일상을 예민하게 포착해 김성원 작가만의 감성으로 풀어놓았다. 밤삼킨별의 감성적인 사진과 곁들여진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무미건조한 나의 일상이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무언가가로 포장된 느낌이 든다.


▶수업시간그녀 (박수봉)

스무 살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을 담은 만화책이다. 네이버 웹툰 연재만화를 단행본으로 재편집했다. 박수봉의 대표 만화로 소재 자체는 진부할지 몰라도 흔한 소재를 담백하게 잘 표현했다. 평범한 학생의 평범한 첫사랑을 영화처럼 화려하게 그려내지 않고 극히 사실적으로 담아내 평범한 우리들의 공감을 진하게 불러일으킨다. ‘수업시간그녀’에서 모든 인물의 눈은 그려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더욱 오묘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수업시간그녀. 잔잔한 노래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계발서나 철학책은 잠자기 전

▶장진우식당 (장진우)

‘장진우식당’은 이태원 대표 브랜드로 언제나 주목받는 핫플레이스다. 이 책에서는 장진우 본인만의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장진우식당’을 일구어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장진우의 철학 자체는 분명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가 가진 생각과 취향, 상상력은 ‘장진우식당’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를 읽고 있으면 마치 오늘 밤 꿈속에서 ‘장진우식당’이 펼쳐질 것만 같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사이에 있는 것 같은 책이다. 하지만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가 고승 밑에서 수행하며 깨달은 일들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불교의 가르침도 책 내용 속에 잘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부족하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아무 때나 읽어도 좋다. 이야기 구성도 짧게 구성돼 있어 자기 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매번 스스로 하루를 반성하게 되거나 내일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긴 장편 소설책은 집에서 쉬는 날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소담출판사)

제목처럼 진짜 멋진 책이다. 주제를 영화와 비교하자면 ‘아일랜드’나 ‘터미네이터’처럼 20세기 발달하고 있는 기계문명과 과학의 진보에 대해 몇 백년후의 이야기를 가져와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발전시킨 기계와 과학이 오히려 우리 인간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우리들의 자각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책 자체가 길지 않지만 흡입력이 강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다. 쉬는 날 집에서 다른 세상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멋진 신세계로 안내하고 싶다.


▶레몬 (히가시노 게이고, 랜덤하우스코리아)

제목과 달리 내용은 SF와 스릴러가 담겨 있다. 인간복제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가장 먼저 작가의 상상력에 한번 놀란다. 90년대 처음 나온 이 소설은 그 당시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세밀하게 잘 엮어놓았다. 특히 이 책을 잡으면 결말을 봐야 할 만큼 스토리가 탄탄해 쉬는 날 읽기에 최고의 선택이다.



이 가을, 이 책 한 권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