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 ② “목소리가 주는 힘을 믿어요.” -1인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플립’, DJ 신선경과 블루베리 한 스푼

가장 왼쪽부터 DJ신선경, DJ블루베리 한 스푼(본명. 양승민), 플립 애플리케이션 고경표 이사

사진=김기남 기자



악성 댓글이 하나도 없는 콘텐츠 플랫폼.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DJ의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플립’이 그 주인공이다. 애플리케이션 ‘플립’을 개발하고 있는 이근배, 고경표 이사 , 콘텐츠 유저인 DJ 신선경과 DJ 블루베리 한 스푼(본명. 양승민)을 만났다. 이들이 말하는 음성 콘텐츠의 힘은 무엇일까?



고경표 플립 애플리케이션 이사

이근배 플립 애플리케이션 이사

신선경 플립 애플리케이션 DJ

양승민 플립 애플리케이션 DJ




애플리케이션 ‘플립’의 시작이 궁금해요.

고경표 저희가 처음으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은 사실 ‘플립’이 아니에요. 날씨를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하여 알려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는 최윤진 대표의 말에 ‘날씨아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죠. 그러다가 여러 사람이 콘텐츠를 제작하여 날씨뿐 아니라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였어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데일리’ 애플리케이션이었죠. 아나운서와 작가를 매칭해서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1년 정도 유지하다가 유저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 플립이에요.



그럼, DJ분들은 어떻게 플립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신선경 개인적으로 블로그에서 글을 꾸준히 쓰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글은 저의 감성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목소리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라디오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양승민 저는 몸무게가 거의 130kg까지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고 싶어서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었죠. 거의 60kg 넘게 뺐으니까요. 그래도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고요. 그러면서 방송이 재미없어지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가 원하는 콘텐츠는 그런 방향이 아니어서 포기하게 됐죠.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목소리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립을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 ② “목소리가 주는 힘을 믿어요.” -1인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플립’, DJ 신선경과 블루베리 한 스푼

사진=김기남 기자



실제로 제작하시는 콘텐츠나 앱이 ‘음성’ 위주잖아요. 목소리가 주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신선경 다른 콘텐츠보다 음성 콘텐츠는 제작자와 청취자의 사이를 더욱 빨리 좁혀주는 것 같아요. 라디오를 꾸준히 듣다 보면, 괜히 DJ와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이 점이 ‘플립피플’(플립유저들을 지칭하는 말)의 친밀도가 높은 이유기도 하죠.


양승민 눈으로 영상을 보는 것보다 귀를 기울여 목소리를 들으면 그 상황을 상상하게 되잖아요. 청취자의 상상력과 저의 글이 합쳐져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고경표 처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을 때 목소리가 주는 ‘솔직함’ ‘감성적인 부분’을 믿었어요. 동영상 콘텐츠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목소리만의 매력을 누군가는 알아봐 줄 것으로 생각한 거죠. 어떤 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가 청취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근배 외적인 부분이 배제되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인 것 같아요. 동영상과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죠. 목소리만으로 콘텐츠를 전달해야 해서 본질적으로 해야 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그렇다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신선경 저는 전달력이요. 청취자의 입장에서 감정이나 발음, 내용이 잘 전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해요. 그래서 발음이 꼬이거나 감정이 무너지면 재녹음을 하죠.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면 ‘소통’이에요. 댓글을 통해 청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일면식이 없는 청취자이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양승민 저도 마찬가지로 전달력이라 생각해요. 제가 지닌 감정을 노래와 목소리를 통해 온전히 전달하려 노력하죠.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 ② “목소리가 주는 힘을 믿어요.” -1인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플립’, DJ 신선경과 블루베리 한 스푼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 ② “목소리가 주는 힘을 믿어요.” -1인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플립’, DJ 신선경과 블루베리 한 스푼



두 분 모두 거의 매일 방송을 하시잖아요.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신선경 일단 가장 기뻤던 순간은 최근에 있었어요. 아프고 힘들었던 날이 있었어요. 그날 청취자에게 아프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거든요. 집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댓글이 달려 있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송이에요.’ 라는 댓글이었거든요. 참 많은 힘이 되어주었어요. 플립에는 악성 댓글을 잘 찾아볼 수 없어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댓글이 대다수죠. 그게 DJ로서 기쁜 순간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양승민 평소에 개발자분들에게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피드백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제작자로서 느끼는 장·단점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죠. 그럴 때마다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다 받아주셨어요. 그게 참 기뻤죠.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DJ라는 꿈을 이루게 해준 플립이 고맙고, 그걸 들어주는 청취자가 있어서 요즘 행복해요.



DJ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플립’에는 유독 악성 댓글이 없어요. 개발자로서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근배 저희도 신기해요. 아마 저희 베타버전을 이용해준 처음 1000명의 유저분들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평화로웠거든요. 그게 지금까지 잘 유지가 되는 것 같고요. 반대로 생각하면 소소한 이야기가 많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로 인해 유저분들을 갑자기 끌어올 수는 없지만, 그만큼 천천히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 ② “목소리가 주는 힘을 믿어요.” -1인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플립’, DJ 신선경과 블루베리 한 스푼

사진=김기남 기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신선경 저에게 플립이란, ‘꿈으로 가는 발판’이에요. 꿈으로만 담아뒀던 DJ 활동을 시작하게 해줬으니까요. 그래서 청취자들에게 제가 라디오 DJ에게 느꼈던 친숙한 감정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요. 지치고 힘들 때, 플립을 켜면 항상 있는 그런 존재요.


양승민 저는 ‘궁금한 DJ 블루베리 한 스푼’이 되고 싶어요. 호기심도 많고 다양한 것을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청취자들이 ‘이 DJ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떤 활동을 할까?’ 계속 궁금해하는 DJ로 남을래요.


고경표 DJ가 무심코 하는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는 희망을 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됐으면 해요. 저희 애플리케이션 속에서 유저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동기부여를 받고 실제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공간이 되고 싶네요.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